역외서 거주자 환전 단계적 허용…기관별 입장차 '재확인'
외국계銀 "서울지점 역할 축소" 경계
RFI 활성화에 새로운 역할 필요성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외환당국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지점을 통한 거주자 외환(FX) 거래를 허용하면서 기관별 입장 차이가 수면 위로 올랐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지점에서 국내 거주자 물량을 처리하면 서울 지점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는 전일 운영위원회 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외환건전성협의회 결정 사항에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자리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지점(RFI)의 역할 확대를 위한 방안에 의견을 나눴다. 당국은 지난 7일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열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RFI도 단계적으로 거주자의 환전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RFI를 둔 시중은행에서 전부터 요구한 사항이었다.
시중은행의 대다수 딜링룸은 야간에 교대 근무를 통해 딜링룸을 야간까지 확대 운영한다. 추가로 해외에 RFI로 트레이더를 파견하면서 인력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해외 지점과 인력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국내 거주자 대고객 물량을 분담해 처리하게 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동안 RFI 업무 지침에 따르면 RFI는 비거주자 및 은행간시장 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외국환업무를 수행한다. 거주자의 대고객 환전 업무는 처리할 수 없었다.
현재 규정은 국내 본점의 은행간 딜러를 거치면 RFI가 대고객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2단계) 수준으로 완화했다. 3단계는 고객간 딜러(세일즈 딜러)가 곧바로 RFI 딜러에 대고객 물량을 이전하는 방안이다.
외국계은행은 3단계를 두고 서울 지점에 있는 FX 트레이더의 역할이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반응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3단계는 연말까지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A외국계은행 관계자는 "RFI 유인책을 강화하면서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금 발표된 내용만으로도 과연 FX 트레이더를 서울에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에 어렵다"고 말했다.
B관계자는 "외국계 그룹 내에 지점 간에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는 것 하나하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며 "세일즈 측면에 원화 수요는 상품마다 누가 실적을 가져가는지 다 달라진다"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이 외환시장 변화에 발맞춰 지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은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RFI 활성화를 통해 자유로운 역외의 시장 참여가 불가피한 변화라는 인식은 공통적이었다.
외국계 그룹 차원에서 해외 지점을 통해 접근성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C관계자는 "외국계은행도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개별 사정에 따라 지점들끼리 협의가 잘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변화는 (일정 부분)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국내 시장에 지점을 내고 진출한 외국계은행과 단순 외환 거래만을 위한 지점과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바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탓이다.
A관계자는 "외은이 서울에서 영업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RFI로 손님 거래를 처리하는 것과 경제적 역할에 차이가 없을지라도 전체적인 효용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 관계자는 외시협 회의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청취할 수 있었다"며 "아직 (해외 지점을 통한 거주자 FX 거래) 3단계는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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