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10년 성적표…총수신 비중 미달에도 조달구조 개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금융당국의 '외화예금 확충방안' 시행 이후 은행권 총수신 대비 외화예금 비중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했으나 은행의 외화 조달 구조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거주자외화예금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총수신 대비 외화예금 비중은 5.4%에 그쳤다.
이는 2012년 당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외화예금 확충방안 목표인 10% 이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외화예금 비중은 3% 수준이었으며, 금융당국은 이를 단계적으로 높이고자 했다. 1차 목표로는 4~5%, 이후엔 6~9%, 최종적으로는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나도 5.4%에 머물러 1단계 목표 달성에 그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평균인 20.1%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12년 당시에 지적했던 외화예금 저조 원인 중 상당 부분은 해소됐다.
우선 당시 수년간의 원화 강세가 외화 예금 보유에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최근은 원화 약세 기조다. 환차손 우려가 아닌 환차익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예금 금리 측면에서도 외화가 유리하다. 당시 한국 국채 1년물 금리는 3.3%, 미국은 0.17%로 원화 금리가 3%포인트(P)가량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국채 1년물이 3%, 미국이 4.4%로 외화 금리가 1.4%P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화예금 비중이 낮은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지목된다.
우선 외화예금의 85%가 기업 예금이다. 주로 수출입 결제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교역규모 증가를 크게 웃도는 예금 증가가 어려운 구조가 여전히 유지됐다.
개인의 외화 투자 수요도 주로 해외 주식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에도 외화예금이 늘어나지 않는 배경이다.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도 개인의 외화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원화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실생활에서의 낮은 외화 사용 필요성도 외화 예금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OECD 중 외화예금 비중이 높은 영국,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은 실생활에서 유로화 사용 비중이 높다. 또한 칠레, 코스타리카는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아 외화예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실생활에서 외화 예금 필요성이 낮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적이 없어 외화예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다"라고 설명했다.
외화예금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은행의 외화 조달 구조 측면에서는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지난해 말 외국환은행의 외화조달(파생상품 제외)에서 외화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2009년 18% 내외 수준에서 큰 폭 늘었다. 같은 기간 외화차입 비중도 43%에서 20% 미만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거시건전성 강화 노력 등으로 대외 차입금이 감소하고 거주자외화예금이 크게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 불안 시기에 외화예금이 오히려 증가해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긴축 시기 대외 차입금은 감소했지만 거주자 외화예금은 오히려 늘었고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외화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또 거주자외화예금이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증가함에 따라 외화 조달 구조도 개선됐다. 외은 지점을 통한 단기 외화 조달 비중이 2009년 말 54.1%에서 2023년 말 33.7%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외화 조달 구조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외은지점은 금융위기 시 본점의 지시로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어 외화조달의 불안정 요인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외화예금의 78%가 1개월 이하의 단기 예금이라는 점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과제다.
금융 불안 시기에 대규모 인출이 발생하면 은행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단기 예금을 장기 대출에 사용할 경우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문제도 발생한다.
한은은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거주자외화예금이 증가하는 특성은 글로벌 리스크 사건 발생 시 은행 외화유동성 사정과 외화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라며 "외환건전성부담금 감면 등 거주자외화예금 확대 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화예금 확대 시 신용 창출 위축 등 거주자 외화예금 증가로 인한 부작용은 국내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다"라며 "거주자외화예금 규모가 큰 폭 늘었지만 여타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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