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정말 단지 '불운'하기만 했나
  • 일시 : 2024-08-16 09:28:11
  • [현장 칼럼] 정말 단지 '불운'하기만 했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초 미국 증시가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일본 증시가 12%대 폭락이라는 기록적인 패닉 장세를 보인 것은 표면적으로 미국 고용 쇼크 때문이지만, 증시 하락세를 부추긴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분석이 많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빌려 이를 팔고 고금리 통화·국채·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행이 양적·질적 금융완화 도입,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장기간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왔기 때문에 저금리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투자기법은 아니다.

    다만 최근의 차이점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확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음에도 일본은행은 극단적인 완화 정책을 고수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상당 기간 오래 지속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차는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5.60%포인트에 달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5.50% 인상하고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0.10%)를 유지하던 시기다.

    미일 금리차의 확대로 엔 캐리 트레이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붐비는' 거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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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렇게 오랜 기간 누적돼 모세혈관처럼 퍼져나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전세계 어느 자산까지 뻗쳐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보통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이 중심이었던 투자처가 미국 증시, 심지어는 다시 일본 증시로 유입됐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달 초 닛케이 지수 12%대 폭락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는 그 되돌림의 위력을 일부분 보여줬다는 평가다.

    언젠간 되돌려질 거래라는 데는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동의하지만 이처럼 충격적인 전개로 나타났어야 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그리고 그 비판의 끝은 일본은행(BOJ)으로 향한다.

    일본은행은 7월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국채매입 규모를 2026년 1분기까지 현행의 절반 수준인 3조엔으로 줄이고 기준금리인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를 0~0.10%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채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의 동시 단행은 유례없는 과감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행의 이례적 행보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지속 조건을 악화시킨 상황에서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쇼크 수준의 부진을 보였고, 엔 캐리 트레이드 되감기가 가속화돼 미국과 일본 증시가 폭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장의 향방은 신(神)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 일본은행도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필 미국 고용지표가 그리 나쁘게 나올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불운했다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일본은행이 불운하기만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일본은행의 타이밍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고, 현지 언론에서는 '일본은행의 큰 오산(大誤算)'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연일 보도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행의 7월 금리 인상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엔화 약세와 관련해 말실수를 한 이후 이뤄졌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월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물가 상승세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했다. 이후 엔화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언짢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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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약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6월 회의 때 국채매입 축소 등을 통해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6월 회의에서 '국채매입을 줄일 계획'이라고만 밝혔고, 7월 31일에서야 실행에 옮겼다. 불과 이틀 후, 미국에서는 충격적인 고용 지표가 나왔다. 일본은행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타이밍을 고른 셈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였다고 해도 일본은행의 행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말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기울어 퇴로를 잘 만들지 못한 탓에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책 정상화가 6월에는 안 되고, 7월에는 되는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한 외신은 "취임 후 1년간 천천히, 이치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왜 지금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정치적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외신은 "일본은행이 증시 폭락에 책임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최악의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끔찍한 습관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상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로, '일본은행발 테이퍼 탠트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같은 일본은행의 헛발질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앞으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때 제때 올리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이는 증시 12% 폭락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우에다 총재는 오는 23일 국회에 출석해 왜 금리를 올려야 했는지 설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본 실질임금이 2년 3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하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등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이유도 충분히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잘못된 타이밍에 이 같은 목소리마저 묻히는 분위기다.

    일본과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외 성장 여건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 등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정책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면 정부 사이드와의 조율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한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다.(국제경제부 문정현 기자)

    출처: 후생노동성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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