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올해 잭슨홀 아젠다는
(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에선 8월 하순이 되면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송어낚시' 취미가 회자한다. 대부분 잭슨홀 미팅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인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78년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창설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플라잉 낚시광'이었던 볼커 전 의장을 초대하기 위해 1982년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로 회의 장소(초기 덴버 등지에서 개최)를 변경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미스터 체어맨',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며 통화정책 논쟁의 중심에 섰던 볼커 의장의 참석으로 잭슨홀 미팅은 일약 전 세계 통화정책의 중심 무대로 도약했다.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자 등 경제 전문가들이 이 행사에서 중요 정책을 발표하면서 입지를 더욱 굳혔다. (2022년 2월 22일 오전 10시 57분 송고된 '[이한용의 글로브] '볼커의 길'과 '전쟁'…파월의 선택은' 제하 기사 참조) 2005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금융위기 가능성 경고, 2010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QE) 시사 발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몇년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등의 주제가 다뤄졌고, 작년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필요성이 의제가 됐다.
올해로 47회째를 맞은 잭슨홀 미팅은 '통화정책의 실효성과 전달경로에 대한 재평가'라는 주제로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기존 통화정책이론의 적합성과 예측성의 저하로 정책 효과가 약화한 데 대한 원인 점검과 대안 모색, 기준금리 변경 방식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방기금금리(FFR)를 오버나이트 역레포(ON RRP)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의제 정리: 챗GPT·젠스파크·퍼플렉시티 등 AI툴 활용.)
최근 몇 년간 잭슨홀 미팅의 핵심 의제가 됐던 중립금리 이슈가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크다. 실물경기를 침체 또는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금리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또 하나의 중립금리와 비교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온다.
이번 미팅은 이른바 '삼의 법칙(Sahm's rule)'의 유효성을 논의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충격적일 정도로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침체의 가늠자로 알려진 삼의 법칙 발동 기준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7월 실업률 발표 결과 해당 수치는 0.53%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평가도 핵심의제 후보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적절했는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의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적정 수준보다 높아 2022년 3월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이 급격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최대 관심사는 오는 2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로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가 나올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잭슨홀 연설에선 8분 50초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한 이른바 '볼커 모멘트'를 통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파월은 1970년대 후반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한 볼커 전 의장을 언급하면서 이미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가속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전망을 주제로 한 이번 연설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와 관련한 단서를 제공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7월 물가 상승률이 2.9%로 6월의 3.0%에서 낮아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잭슨홀 미팅 발언이 전 세계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이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