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어금하'의 부작용
(서울=연합인포맥스)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됐음에도 서울채권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확고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인하 확률이 높은 만큼 올해 안으로 '어차피 금리는 인하(어금하)'가 시작한다는 확신이 깔려있다. 올해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인하의 필요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영업자 비중이 유독 높은 대한민국에서 내수 부양을 위한 촉매제로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 산하 연구원인 한국개발원(KDI)은 심지어 실기했다며 8월 인하를 주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인하 폭에 대한 예측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아무리 '어금하'라도 금융안정에 대한 금통위의 판단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가 있다. 8월 금통위 분위기는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은 부동산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경기 부양용으로 부동산 경기를 이용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고리를 한번 끊어줄 때가 됐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당국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해 그 효과를 지켜봐야 하는 점도 다른 이유다.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DSR 적용 대상에 전세대출을 포함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놨다.
현재 두 차례 정도 인하는 다들 예상한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의 내수 살리기 압박이 있는 데다 인하를 통한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연내나 내년 초까지 25bp씩 두 차례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준금리를 2%대로 떨어뜨릴 것인가다. 이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과거 기준금리 변동과 주택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되풀이되는 역사가 있다. 저금리는 주택가격을 띄우지만,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주택가격을 주저앉히는 양상이 관찰된다. 또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주택뿐 아니라 주가, 코인 등 자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시 물가에 파문을 준다.
경기가 나쁜데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고물가 경기 침체'라고 하며 여기에 만일 가계부채까지 해결이 안 된 상태라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이 총재가 그래서 전반적으로 내수가 매우 나쁘지는 않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하반기 소비 1.8% 증가 전망은 연간 성장률 2.4%에 비해 크게 낮지 않으며 이미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2%를 웃도는 점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어금하'라도 인하 폭에 관해서는 금융안정 달성 정도를 면밀히 따져봐야 잘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이 총재의 다음과 같은 당부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우리 금리 인하의 폭과 스피드가 미국과 같은 속도로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분명히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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