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환율 요동에도 '원화 외평채' 하세월
(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해 4월 1,400원까지 치솟던 달러-원 환율은 8월 들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전장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반) 마감 가격은 1,320원대까지 빠졌다.
하루에만 23원가량(8월 19일) 급락한 적도 있다.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주는 건 무수히 많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다.
비둘기파적인 연준의 입장에 달러의 가치가 내림세를 타고 있다.
외환시장도 슬슬 분위기가 '이제는 하락세로 전환했나'로 돌아서고 있다.
시장의 심리가 이렇다면 오를 때는 덜 오르지만, 내릴 때는 더욱 급격하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정확하게 8일 전 외환시장이 그랬다. 23원가량 빠진 이날은 너도나도 추격 매도로 우리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진 시기다.
앞으로 이러한 일은 반복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10월 말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1,444.20원까지 오르던 달러-원 환율은 작년 1월 1,227원 선까지 빠졌다. 석 달 만에 200원 넘게 급락한 것이다.
그만큼 환율은 빠르게, 또 무섭게 변한다.
현재 1,300원 초반에 도달한 달러-원 환율은 언제 그랬냐는 듯 1,200원대, 1,100원대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경우 '쏠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외환 당국은 이때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한다. 투기적 쏠림을 경감하기 위해 외환 보유고를 활용하는 것이다.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해외투자 금액이 900조원에 달하는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큰 폭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출기업들도 달라진 환율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변동성 대응 차원에서 원화 외평기금을 미리 충당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치권은 이미 외평기금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로 18조원을 승인한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전날까지 발행액은 '0원'이라고 한다.
작년 예산은 통과됐지만, 후속 법 개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화 외평채도 일반 국고채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해당 문구 하나만 변경하면 된다.
국회의 무관심 속, 문구 하나 때문에 발목 잡힌 원화 외평채는 8월이 다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찍히지 못했다.
이 단순한 법 개정에 여야의 갈등 요소는 전혀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 발행에 나선다고 해도 18조원을 다 찍진 못한다. 한 번에 발행한다고 하면 우리 시장이 대규모 물량을 감당하지 못 해 금리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남은 석 달 동안 발행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몇조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조차도 귀하다. 우리 외환시장에 대해 '정치권도 관심이 있구나'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심리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나타날 필요 이상의 변동성이 작아질 수 있다.
다른 이점도 있다. 원화 외평채는 만기 1년물 위주의 단기물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하는 만큼 이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18조원 기준 금리 절감 효과는 현재를 기준으로 1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의 선진화를 바라는 와치 독(Watch dog)으로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요청하는 이유다. (금융시장부 기자 최진우)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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