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세수펑크-①] 올해도 또 외평기금, 쌈짓돈 전락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이규선 기자 = 정부가 올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3조~4조원 정도를 끌어와 세수 결손에 대응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당초 외평기금에서 올해 쓰겠다고 한 38조원 외에 3조~4조원이 더해지는 셈이다. 단순 숫자로는 40조원이 넘어간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외평기금에서 전용이 이뤄지면서 기금 본래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세수 펑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세수 확충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만 38조 빼 쓰는데…세수 결손에 또 가져온다니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설립된 기금으로, 주로 환율 변동성 완화에 활용된다.
정부는 작년 예산안에서 올해 38조원을 외평기금에서 가져와 일반회계에 쓰기로 했다. 이 중 18조원은 원화 외평채 발행을 통해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원화 외평채 관련 발행 근거가 통과되지 못하면서 외평기금만 소진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외평기금에서 세수 결손을 보전하려는 것은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한 외환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으로 외평기금의 원화 자산이 크게 늘었다.
외환 당국은 21년 3분기부터 누적 700억 달러 넘게 시장에서 팔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올해 2분기 거래 내용까지 고려하면 총 730억 달러 넘게 달러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그만큼 늘어난 원화를 묵혀두지 않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아직 높은 수준인 만큼 원화 매수 개입 필요성도 크지 않은 분위기다.
그러나 반복적인 외평기금 전용으로 기금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최근 10년 장기 평균(1,186원)을 크게 웃돌고 있으나 외평기금의 근본 목적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방지에 있다.
특정 방향이나 환율 수준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달러-원이 높은 수준이지만 하방 변동성은 컸다. 달러-원이 전일 대비 1% 이상 급락한 적은 네 차례에 달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수출입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외환 당국도 환율 레벨과 관계 없이 급격한 하락에는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달러-원이 1,300원 부근임에도 하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원화 매도·달러 매수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선회로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변하고 있어서 추후 원화 매수 개입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회 심의 우회…절차적 정당성 논란
외평기금 전용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통상 세수가 부족할 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면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평기금을 전용한다면 이러한 국회 심의 절차도 우회할 수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7월 발간한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자료에서 '헌법에 따라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는 이를 심의·확정할 권한을 가진다. 정부는 국회가 확정한 예산을 그대로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사업 지출계획을 조정하면, 당초 국회가 승인한 예산 집행 방향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외평기금 전용의 법적 근거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 배정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국가재정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예정처는 이 역시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외평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조기 상환이 기금운용계획 자체 변경의 요건인 차입금의 기한 전 상환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수 결손에 따른 부작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세수 결손의 발생 가능성을 국회에 보고하고 대응 방안 마련 시 국회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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