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굳어지는 마(MAR) 비드 우위…"장중 고점 기다린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서울외환시장 개장 전 마(MAR, 시장평균환율) 거래에서 '사자 우위'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고환율 기조 속에서 수출업체들이 장중 고점 매도를 노리는 거래 패턴으로 변화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마 플레이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서울환시 개장 전 마 시장에서는 파 비드(사자)/+5전 오퍼(팔자)가 굳어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167 거래일 중 +5전 마감이 89일, 파 마감이 78일을 기록하며 사자 우위 현상이 뚜렷하다. -5전으로 마감한 날은 지난해 9월 25일이 마지막이다.
이 같은 마 시장 매수 우위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255거래일 중 120 거래일이 파 마감, 120거래일이 +5전 마감이었다. 2022년에는 -10전부터 +10전까지 시장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호가됐다.
지난해 마 시장 매수 우위는 무역적자 영향으로 풀이됐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는 등 수출이 부진했고 이에 따라 마 시장에서도 매수가 우위였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됐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다. 지난달 수출액은 역대 8월 중 최고치인 57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15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마 시장에서는 매도보다는 매수가 우위다.
이는 그간 고환율이 굳어지면서 거래 행태에 변화가 생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달러-원 환율이 장기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수출업체가 매도할 달러를 마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장중에 내놓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최근 마 시장에서는 파 비드와 +5전 오퍼가 사실상 관성적으로 굳어졌다"라며 "환율이 장기간 우상향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서 달러-원이 지속 상승하다 보니 달러를 마 시장에서 팔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추가 상승을 기다리며 장중 매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의 한 세일즈 팀장은 "달러 주요 매수 주체인 연기금이나 공기업은 여전히 마에서 매수 주문을 넣는 반면 주요 매도 업체인 중공업체 등은 장중 대응을 선호한다"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세일즈팀장도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달러가 들어오면 바로 팔기보다는 가져가는 경향이 강해졌다"라며 "환율 상승 국면에서 즉각적인 대응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마 시장 거래량 자체도 줄었다.
한때 마 시장 거래량은 20억 달러까지 커졌으나 최근에는 7~8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개사에서는 개장 전에 마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날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위축된 마 플레이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장 전 마 시장에서 특정 방향으로 쏠림이 있을 경우 반대 방향으로 거래한 뒤 예상평균환율(IMAR) 수준에서 되감으면 적은 리스크에 수익을 내기가 쉽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외환당국과 외환시장협의회에서 초이스 거래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이 같은 플레이도 쉽지 않아졌다. 이 또한 마 시장에서 매수 쏠림을 균형 맞추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마 매수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은행의 딜러는 "연기금 등의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세는 지속될 텐데 마 시장 비드는 꾸준할 것"이라며 "달러-원이 추세 하락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거래 동향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내다봤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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