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연준 블랙아웃과 주목할 변수는
(서울=연합인포맥스) 1994년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운용방식에 중요한 제도적 변화를 준 해다. 금리 결정 내용 즉시 공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 발표,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등 시장과 소통방식을 개선하고,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개선하는 조치들이 여럿 취해졌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것들이지만, 당시로선 혁신적인 조치들이었다.
대표적인 것은 기준금리 결정 즉시 공표제도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변경하더라도, 그 내용을 즉각 발표하지 않았다. 시장은 FOMC 의사록이 공개될 때까지 연준의 시그널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금리 변동 여부를 파악해야 했다. 그러나 1994년 2월 4일, 연준은 연방기금금리(FFR)를 3.00%에서 3.25%로 인상하고, 이 사실을 즉시 발표했다. 이는 연준 역사상 처음으로 통화정책 결정 내용이 실시간으로 발표된 사례로, 연준의 통화정책 투명성 강화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1994년은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매파적 통화정책을 펼치던 시기다. 1994년 초 미국 경제는 회복세에 있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1994년 2월부터 1995년 2월까지 1년간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 인상했다. (챗GPT 활용 데이터 정리. LG경영연구원 '미국 금리 인상 두려울 것 없다(2004년)' 참고)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통화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제도 변화를 함께 추진한 것이다.
사실 '블랙아웃 기간(blackout period·침묵 기간)'도 이 시기 도입된 제도 중 하나다. FOMC 회의 개최 약 10일 전부터 회의가 끝난 후까지 연준 위원들과 주요 관계자들이 경제 전망, 금리 방향성, 통화정책 등에 대해 언급할 수 없도록 한 게 골자다. 통화정책에 대한 사전 예측이나 불필요한 해석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블랙아웃 기간이 이슈가 된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6월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과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 당시의 상황이다. 전자는 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블랙아웃 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후자는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자제로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 대한 평가가 뒤따랐다.
현지 시각으로 오는 17~18일 열릴 9월 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25bp와 50bp 중 어느 쪽일지를 가늠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이달 7일부터 통화정책에 대해 발언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다. 그 전에 잡혀있는 주요 일정은 6일로 예정된 8월 고용보고서 발표와 연준 내에서 영향력 있는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연설(오전 11시, 한국시간 7일 0시)이다.
8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부문 고용은 16만명 초중반 규모로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4.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표 발표 결과가 예상에 부합할 경우 7월 고용 '쇼크'의 파장이 축소되면서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25bp 인하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부정적일 경우 시장 참가자들은 월러 이사가 노동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서 9월 FOMC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9월1일 오후 2시 송고된 '[뉴욕채권-주간] '월러의 입'에 달린 9월 FOMC 향방' 제하 기사 참고)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엔 또 다른 연준 인사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연준의 실질적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인데, 성향상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구인건수는 767만 건으로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블랙아웃 기간 돌입 하루 전인 6일 뉴욕금융시장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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