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고강도 긴축재정…내수부양엔 물음표
[https://youtu.be/k0Zq1vUMVYI]
※이 내용은 9월 5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최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도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고강도 긴축 예산을 편성했는데요. 야당에선 정부의 예산안을 혹평하면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예산 정국에서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될지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욱 기자]
매년 8월 말이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9월 초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는데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예산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먼저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 예산안에서도 정부가 내세운 키워드는 '건전재정'입니다.
건전재정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재정 기조이기도 한데요.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 미래 세대에게 나라 빚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고, 지속가능한 국가 재정을 만들자는 게 건전재정의 핵심입니다.
[앵커]
작년에 발표한 올해 예산안에서도 건전재정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수치를 담고 있길래 건전재정으로 불리는 건가요.
[기자]
우선 이번 예산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언론과 시장의 관심은 내년 총지출 증가율에 쏠려 있었는데요.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의 씀씀이가 전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 규모는 677조원입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엄청 커 보이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3.2%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발표한 올해 예산안에서는 총지출 증가율을 2.8%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년 연속 3% 안팎의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한 건데요.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23년 예산안에서는 총지출 증가율이 5.1%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5년간 총지출 증가율이 7~9% 정도였는데요. 이렇게 비교해보면 최근 2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상당히 낮은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한 마디로 정부가 '짠물 예산'을 편성한 거네요. 그런데 이걸 2년 연속이나 지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여기저기서 예산을 요구하는 곳도 많을 것 같고요.
[기자]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매년 중기재정계획이란 걸 발표하는데요. 중기재정계획에는 향후 5년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4.2%로 잡아놨는데요. 실제 예산안에서 발표한 총지출 증가율이 이보다 훨씬 낮은 3.2%였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예산안은 증가율 측면에서 긴축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긴축재정이란 말보단 건전재정이란 용어를 선호하긴 합니다.
[앵커]
설명 계속해주시죠.
[기자]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활용한 방법은 바로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입니다.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예산 사업을 통폐합하는 작업이 바로 지출구조조정인데요. 내년 예산안의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24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지출구조조정 규모를 보면 2023년 예산안부터 3년 연속 20조원을 넘기고 있는데요. 과거에 통상적인 지출구조조정 규모가 10조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연속 20조원 이상은 이례적인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건전재정을 사수하기 위해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각 부처의 예산 요구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앵커]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해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내년 예산안을 긴축재정으로 평가하는 또 다른 근거는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이번 예산안에서 정부의 건전재정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바로 재정적자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라 살림살이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관리재정수지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 바로 관리재정수지입니다.
관리재정수지를 보는 것은 당분간 국민연금 등이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 통합재정수지만으로는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 상태를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번 예산안에 반영된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9% 수준입니다.
[앵커]
2.9%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잘 와닿지가 않는데요.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건가요.
[기자]
2.9%가 중요한 이유는 이게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기준과 관련이 있는데요. 재정준칙에서 정부가 지켜야 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한도가 3%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예상대로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2.9%가 되면 재정준칙을 준수하게 되는 거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재정준칙 기준을 지키지 못했고 올해에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설정한 재정준칙을 스스로도 준수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요.
이런 히스토리를 보면 2.9%란 숫자에는 내년엔 재정준칙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재정준칙 준수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돈을 아껴 쓰는 것 외에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내세운 정책 포인트에는 뭐가 있을까요.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건전재정과 함께 강조한 것이 민생 지원인데요. 정부는 고강도 지출 효율화를 실시하면서도 당면한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년 예산안의 4대 투자 중점 분야는 약자 복지와 경제활력 확산, 미래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 외교 등인데요. 이번 예산안은 이 중에서 특히 약자 복지와 경제활력 확산에 힘을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간 생계급여를 작년 대비 141만원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10만개로 확대했고요. 공공주택은 전년 대비 4만7천호 늘리는 한편 영세 소상공인에게 배달·택배비를 연 최대 30만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선 반도체 산업에 저리 대출 4조3천억원을 공급하고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방안을 뒷받침하기로 했습니다. R&D 예산은 29조7천억원으로 2023년(29조3천억원) 수준으로 복원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주로 정부의 관점에서 예산안을 소개한 것 같은데요. 이번 예산안이 비판받을 만한 점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할 텐데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년 예산안을 초부자 감세·민생 외면·미래 포기 예산이라고 평가했는데요. 특히 내수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이재명 대표 역시 "정부가 과감한 예산 편성을 통해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힘드니까 더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종합해보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돼야 할 재정 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혹평이네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떤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정의 역할엔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야당과 마찬가지로 내수 진작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인데요.
이와 함께 세수 확충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대 30조원 안팎의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세수 기반 확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건전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진단입니다.
쉽게 말해 들어오는 돈이 부족한데 아무리 돈을 아껴 써봐야 재정 수지가 나아지지 않을 거란 지적인데요. 정부의 감세 정책이 결국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기도 합니다.
[앵커]
정부는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정부는 경기 회복기에는 재정 주도의 인위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민간 부문의 활력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내년 예산안에서 소상공인 매출 신장 사업 지원, 저소득층 지원 강화 등에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지원은 지방자치단체 사무 성격"이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비 진작 효과는 미흡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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