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기 마친 한국물 시장, 변동성 고조 속 투심 향방은
스프레드 부담 본격화, 시장 환경도 출렁
美 금리 인하·대선 등 이벤트 산적…조달은 '이상 무'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여름휴가 시즌과 '135일 룰' 등으로 잠잠했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달러채 발행을 마친 가운데 후발주자들도 조달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관전 포인트다. 수출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등 우량물의 경우 그동안 지속해온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로 주요 투자자층이 변화하는 모습 또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발행시장을 찾은 각국 기업들이 비교적 견조한 분위기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물 역시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우량물, 실수요 중심 재편…변동성 예의주시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수출입은행과 주택금융공사는 공모 달러채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쳤다.
두 발행물 모두 발행 스프레드 측면에선 강세를 드러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트랜치별로 -2~0bp, 주택금융공사는 -3bp 수준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기록했다.
다만 북빌딩에 유입된 자금은 이전보다 주춤해진 양상을 드러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조달에서 각 트랜치(tranche)에 발행액 대비 2~3배의 수요를 확보했다. 5억달러 발행에 나선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마지막까지 남은 주문량이 10억달러 수준이었다.
그동안 한국물은 북빌딩 시 아시아 시장에서 유입된 자금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흥행세를 이어갔다.
반면 이번 주 주택금융공사는 아시아에서 다소 주춤한 주문량을 확인했다. 이어 유럽에서부터 탄력을 받으면서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두 발행사의 경우 실수요 중심의 기관으로 투자자 기반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경우 한국물 시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다음으로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국책은행의 뒤를 잇는 수준까지 스프레드를 좁혔다는 점에서 이머징마켓(EM) 기관들의 투자 부담이 커진 실정이다.
이에 이들 채권에는 초우량 투자자로 꼽히는 정부·국제기구·기관(Sovereigns·Supranationals & Agencies, 이하 SSA)의 유입이 점차 늘고 있다. SSA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비교적 덜한 데다 실수요 위주로 주문을 넣는다.
이는 이번 발행물의 배정 비율에서도 드러났다. 일례로 한국수출입은행의 3년물 채권은 중앙은행(CB)과 SSA, 공적 기관(official institutions)이 62%의 물량을 가져갔다. 한국주택금융공사 3.5년물은 CB와 국부펀드(SWF) 몫이 33%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나 주택금융공사 등의 경우 기존에 한국물을 많이 담았던 헤지펀드나 EM 기관엔 부담스러운 가격이 됐다"며 "이에 실수요 중심으로 주문을 넣는 초우량 기관으로 주요 투자자층이 바뀌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물과는 차이를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발행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주 미국 증시 폭락과 국채금리 하락 등 시장이 출렁였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을 찾은 기업들의 조달에는 무리가 없는 분위기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한국 발행물은 유통물 대비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해 몸값을 더욱 높인 셈이다.
다만 북빌딩 전후로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경제 지표에 따라 좀 더 흔들리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기술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증시 변동성이 채권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며 "금리 변동성 또한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 아직 조달이 마냥 쉬운 시장인 건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막 오른 KP 시장, 후발주자는…이종통화도 주시
뒤를 이어 IBK기업은행과 한국석유공사, KT, 현대캐피탈아메리카 등이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9월 초부터 한국물 발행이 쏟아지지만, 올해는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 발표와 추석 연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터라 이를 피해 북빌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월을 겨냥한 움직임도 드러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조달을 준비 중이다.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포모사본드, 신한카드는 호주달러 채권, KB국민은행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조달을 겨냥하고 있다.
이종통화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벤트를 전후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이 달러채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해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한국물의 경우 내년 차환 물량이 올해 대비 15%가량 늘어난다. 이에 대비해 선제 조달에 나서려는 기업들의 경우 미국 대선발 변동성이 덜한 이종통화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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