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골드만의 묘한 헛발질…AI주 투매 유도했나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2.55% 급락하며 또다시 강력한 '하락빔'을 맞았다. 이날 하락은 최근의 급락장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세를 주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당일 발표된 8월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의 엇갈린 방향성이 투매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8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지만 신규 고용이 예상치를 밑돌았고 직전월의 신규 고용이 대폭 하향조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적어도 기술업종, 특히 AI 및 반도체 관련주의 폭락은 골드만삭스의 분석 노트가 촉발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골드만이 이날 오전 내놓은 노트에서 챗GPT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저격하자 투심이 급랭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의 피터 오펜하이머가 내놓은 '기술의 이성적 과열'이라는 제목의 투자노트에 따르면 챗GPT의 월간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5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의 글로벌인베스트먼트리서치가 시밀러웹 기반으로 집계한 바로는 지난 4월 18억명에 육박했던 챗GPT 웹사이트 이용자 수는 5월 들어 7억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6월에는 3억명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불과 두 달 사이에 6분의 1수준까지 방문자 수가 폭감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의 투자 노트에 담긴 이 차트는 챗GPT에 회의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빠르게 퍼져 나갔고 시장 전반의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챗GPT의 이용자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AI 산업이 거품이라는 증거며 관련 주식을 투매해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영국 유력 언론인 파이낸셜타임스(FT)도 골드만의 해당 차트를 기사에 실어 회의론 확산에 힘을 보탰다. 골드만 노트는 AI 선두 기업들이 과거 독점적 기업처럼 '보호 해자'를 구축하긴 어렵더라도 아직 거품은 아니라는 내용이 주였지만 시장은 챗GPT 이용자 차트만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챗GPT 이용자 수가 이처럼 집계된 것은 순전히 웹사이트 주소가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점이 문제다.
챗GPT의 웹사이트 주소(URL)는 기존 'chat.openai.com'에서 'chatgpt.com'으로 변경됐다. 바뀐 웹사이트 주소를 기준으로 챗GPT의 월간 방문자 수를 집계하면 오히려 이용자 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앞서 6월과 7월에 월간 25억명 수준을 기록한 'chatgpt.com' 방문자 수는 8월 들어 26억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간단하게 집계 방식만 바꿔도 챗GPT의 방문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선 골드만이 왜 굳이 저런 차트를 노트에 실었는지 의문이라며 의도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엘리트 집단인 골드만이 저지를 실수라기엔 너무 기초적인 만큼 AI 테마주 투매를 일부러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다.
실제 이날 골드만의 노트가 배포된 후 AI 및 반도체 관련주는 대거 급락했다.
업종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4.09% 밀렸고 TSMC(ADR)도 4.20% 내려앉았다.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향후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10.36%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52% 주저앉으며 7.75% 폭락한 지난 3일 이후 사흘 만에 또 급락하게 됐다.
뉴욕의 한국 금융기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챗GPT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하필 웹사이트 주소 변경 시점까지만 끊어서 차트로 만든 것은 의아하긴 하다"며 "그렇게 허술한 기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실수라면 초보적인 실수인데 의도적인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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