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청산 실체는 40조엔…증시, 결국 발목 잡힐까
[https://youtu.be/B-uaqT_u-ag]
※이 내용은 9월 12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출연: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이민재 앵커)
[이민재 앵커]
지난 8월 초 증시 대폭락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은 시장 혼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음. 이런 엔 캐리 청산 압력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옴. 먼저, 캐리 트레이드란 무엇이고, 최근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권용욱 기자]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가 저금리 통화로 대출받은 자금을 다른 곳의 고수익 자산에 재투자하는 관행을 말함. 금리가 매우 낮은 곳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서 금리가 높은 곳에 재투자하는 셈. 금리가 매우 낮은 곳의 대표 주자가 일본. 그리고 금리 높은 곳은 미국 주식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금융 자산으로써 투자대상이 된 것. 그동안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팬데믹의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정상화에 나섰지만, 디플레 압력이 강한 일본만큼은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에서 유지. 그렇게 되면서 일본 엔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 통화 중 하나가 됐음.
그런데 문제는 일본은행이 지난 3월에 이어 7월에 금리를 인상. 일본 자국 금리가 상승하자 당연히 엔화는 그동안의 약세를 뒤엎고 강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고,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리던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의 언와인딩, 즉 청산이 본격화.
일본은행의 7월말 금리 인상 이후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 보고서가 '쇼크' 수준으로 부진했던 것도 하나의 트리거. 미국 고용이 부진하면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보다 크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는 더욱 축소. 이것은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엔화 공매도에 대해 마진 콜 압력을 키우게 됨.
[앵커]
이렇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증시에 악재가 된 것은 차트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된다고.
[기자]
그렇다. 다음 차트는 미국 나스닥종합지수와 달러-엔 환율 차트. 달러-엔 환율이 지난 7월 초순부터 8월 초순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는데, 이것은 엔화 가치가 급상승한다는 의미. 나스닥지수는 엔화 강세와 맞물려 8월 초순까지 크게 하락. 엔화가 이렇게 강해지는데 나스닥이 동시에 빠지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됐을 가능성을 시사. 그리고 엔화 강세는 지난달 하순부터 1~2주 사이에 다시 심화하고 있는데, 나스닥지수도 이와 맞물려 재차 하락하고 있음.
[앵커]
특히나 지난 8월 초순 증시 폭락과 엔 캐리 트레이드 관계를 설명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도 최근에 발표돼 이목을 끈다고.
[기자]
그렇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해 여러 가지 추정은 많았지만, 규모나 행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없었음. 약간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느낌.
그런데 BIS는 얼마 전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월 초의 증시 폭락을 분석. BIS는 국가 간 자본 흐름을 분석하는 데 있어 최고로 권위 있는 국제기구. 이에 따르면 주식과 통화 시장의 레버리지 거래가 청산되는 데다 미국의 부정적인 경제 지표 발표가 더해지며 시장 변동성이 증폭됐다고 분석.
특히 엔캐리 트레이드는 이번 레버리지 감소 압력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봤는데, 전체 규모를 BIS 역시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인정. 그러면서도 대차대조표상에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 수치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8월 초순 이벤트에 들어간 청산 규모는 약 40조 엔(2천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
[앵커]
BIS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됐으리라고 보는 근거는.
[기자]
먼저 가장 큰 충격은 8월 초에 있었지만, 그로부터 몇 주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고 설명. 7월 초중순부터 일본은행의 개입 소문이 돌며 엔화 약세 흐름이 빠르게 반전됐고, 이에 따라 레버리지 투기 세력의 유인 구조가 바뀌게 됐다고. 특히 7월 24일에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축소되는 조짐을 보이는 주식 매도세가 발생. 몇 달간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의 AI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1조 달러 가까이 빠졌고,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설명.
[앵커]
그런 조짐이 있고 난 뒤에 8월 초에 시장의 충격이 더욱더 커졌던 거군요.
[기자]
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과 비슷하게, BIS 역시 이런 부분을 지적. 어떻게 미국 고용보고서 하나만 가지고 시장이 그렇게 추락할 수 있었겠느냐. 그것은 바로 시장이 얇은 상황에서 디레버리징 압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BIS는 설명.
BIS는 그러면서 몇 가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 역사적으로 외환시장의 캐리 수익률과 미국 주식의 변동성이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고도 설명. 그리고 엔화의 선물 순매도 포지션이 8월 초순 직전에 역사적 최고치인 2조엔 달러에 달한 뒤에 이벤트를 거치며 많이 감소.
엔 캐리를 추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로 일본 내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 본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이 경우 지난 2021년 이후 거의 두 배가 증가한 14조엔에 육박. 일본 외 지역에 거주하는 비은행 기관들이 엔화 표시 통화를 대출하는 규모는 팬데믹 이후 급증해 올해 3월까지 40조엔까지 상승. 이런 자료들은 일본이 통화긴축에 들어서기 전인 올해 1분기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인센티브가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일치하게 보여주는 것.
[앵커]
실제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미 증시가 계속 지지부진한데, 여기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되돌림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가.
[기자]
그렇다. 미국 증시를 보면 S&P500 지수가 지난주에만 4% 넘게 급락.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렇게까지 고꾸라진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연준이 경기 침체를 피하고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예정인데 주가가 이렇게까지 내려가는 것은 바로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
그렇다면 8월초에 이어 최근까지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계속되는 이유는?
하나의 계기로 일본은행의 연이은 매파적 메시지를 꼽을 수 있음.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주에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 일본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진행되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것.
일본의 단기 채권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은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중 금리는 상당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고, 이는 엔화 공매도 포지션의 마진 콜 압력, 즉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압력이 될 것.
[앵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 쏠리는데, 이게 엔 캐리 트레이드 되돌림을 자극할 수 있다고.
[기자]
그렇다. 만약 연준이 통상적인 수준의 금리 인하, 즉 25bp의 인하를 넘어서는 50bp 인화와 같은 빅 컷에 나선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 되돌림이 촉발될 수 있음.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의 단기 채권 금리에 바로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채권 금리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고, 이것은 엔을 빌려서 달러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국면. 그렇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할 수 있음.
[앵커]
무엇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되돌림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관건일 것 같은데, 아직 포지션 청산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고.
[기자]
그렇다. JP모건은 지난 8월 엔캐리 트레이드 되돌림이 발생한 직후, 포지션 청산이 아직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경고한 바 있음. 특히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를 보면 아직 청산 여지가 많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 미국 TD증권은 이렇게 낮은 수준의 엔화 가치는 앞으로 1~2년간 엔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캐리 청산과 같은 파급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
[앵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에 일본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다. 일본은 지난 수 십년간 지독한 디플레이션을 겪었고, 그에 따라 초저금리를 이어옴.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반대로, 세계 금융시장이 매우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이제 이런 흐름이 조금씩 정상화되는 것. 일본 경제가 정상화되며 금리가 올라가고, 엔화를 통해 저렴하게 투자자금을 빌리던 투자자들도 포지션을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시적인 게 아니고 기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요한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점침.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일본의 임금 상승률이 20년 만에 미국의 임금 상승률을 넘어섰다는 것을 주목. 그만큼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던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 소시에테제네랄은 일본 금리가 정상화되면 단기적으로 엔 캐리 청산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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