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연준 의장의 반대표 관리법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정례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빅컷(기준금리 50bp 인하)'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자칫 이번 통화정책 전환국면에서 연준 수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회(FRB) 이사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장이 아닌 이사 신분으론 19년 만에 처음으로 '반대표(25bp 인하 주장)'를 던지면서다.
FOMC 역사상 첫 반대의견은 1957년 당시 연준 이사였던 찰스 파티에 의해 제기됐다. 여러 문헌에 따르면 당시 파티 이사의 반대표는 'FOMC에서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드러난 초기 사례'로 기록돼 있는데,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는 주장이 골자였다. 이때만 해도 FOMC에서 반대표는 드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반대의견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연준 이사가 반대 의견을 개진한 가장 최근 사례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재임하던 2005년 9월 마크 올슨 이사가 던진 반대표다. 당시 연준은 경제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올슨 이사는 금리 인상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당시 대세였던 25bp 추가 인상에 반대했다. 이 반대표 이후, FRB는 의장이 직접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를 제외하면 줄곧 만장일치로 금리 결정을 해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연준 경제 분석' 자료 참조. 챗GPT 활용 사례 정리)
연준 의장이 반대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단순하게 리더십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뿐 아니라 연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과거 연준 의장은 각기 다른 리더십을 보여 왔는데 크게 버냉키형 리더십, 볼커-그린스펀형 리더십, 파월형 리더십 등으로 스타일이 구분된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의 경우 반대표를 줄이기 위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청취하는 협의형 리더십의 대표적 인물로 불린다.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결단형 리더십을 보여줬는데, 이는 시장에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반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반대로 제롬 파월 현 의장은 필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거나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지만, 지나친 유연성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월 의장의 리더십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는 이번 주가 지나면 좀 더 확실해질 전망이다. 주초부터 주말까지 다수의 연준 인사들이 공개석상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반대표 논란의 핵심인 보먼 이사는 24일과 26일, 27일 세 차례나 연단에 선다. 그는 이달 20일 내놓은 반대표 행사 관련 입장문에서 50bp 인하는 "물가안정 책무에 있어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비판한 바 있어 추가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024년 9월 21일 오전 2시 27분 송고된 '연준 '빅컷' 반대한 보먼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해석될 위험"' 기사 참고)
이밖에 등장하는 연준 고위 관계자로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각각 23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23일 및 26일),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26일),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25일 및 26일), 리사 쿡 이사(26일) 등이 있다. 파월 의장은 26일 '미 국채시장 콘퍼런스'에서 사전 녹화된 개막사를 공개하는데, 분량이 5분으로 짧아 통화정책 관련 중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행사에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마이클 바 감독 담당 부의장도 연설한다.
반대표는 단순히 소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통화정책의 포괄성과 균형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만큼 이를 연준 의장의 리더십 위기론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다수 시장 참가자의 견해다. 중요한 것은 연준 의장이 반대 의견을 단순히 억누르지 않고, 이를 잘 관리해 연준의 정책 신뢰성을 유지하고, 효과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소수 의견의 중요성과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인정하면서 어떻게 조직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갈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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