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엔캐리…한은 "32조엔 추가 청산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 하락으로 약 32조7천억엔(2천억 달러) 규모의 엔캐리 자금이 청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24일 발표한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전체 엔캐리 자금 중 약 6.5%에 해당하는 규모가 청산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202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로 인한 금리차 확대로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크게 늘어났으나 최근 엔화 강세로 수익률이 하락하며 자금 청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엔캐리 자금을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 이 세 유형의 전체 엔캐리 자금 잔액은 506조6천억엔(약 3조4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금 유형별로 청산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비상업 엔화 선물 거래의 경우 이미 대부분 청산된 것으로 봤다. 실제로 올해 7월 이후 일본은행의 시장개입과 금리 인상 기대 등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이 축소되면서 순매도 포지션이 청산되고 오히려 순매수 포지션으로 전환된 상태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에서는 13조엔가량 청산될 수 있으리라 봤다. 다만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이러한 대출은 약 4~5분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청산된 바 있다.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에서는 19조2천억엔가량 청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속도는 가장 느리게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자금은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상당해 엔캐리 유인이 지속되고 있으며 주식자금은 그간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이 향후 엔화 절상에 따른 환차손을 당분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축소되면서 그간 누적되어 온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우리나라는 엔화 차입 규모가 크지 않아 일본계 자금 환류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위기를 직접 유발(trigger)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 취약 신흥국에 캐리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돼 환율이 크게 고평가된 상황이면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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