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고 채권만 담는 외국인…WGBI에 쏠린 외환시장 눈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집중 매수하고 주식은 매도하는 투자 패턴을 보이면서 서울 외환시장에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외 관심이 집중된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여부 및 주가지수 평가를 염두에 둔 매매 기법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4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18억5천만 달러 자금을 순유출했다. 작년 10월 이후 처음 순유출로 전환했다.
반면 채권 자금은 54억7천만 달러 대폭 순유입했다. 전월(3억8천만 달러)보다 급증하면서 작년 5월 이후 가장 큰 유입 규모였다.
◇ 외국인, 주식에서 채권으로 '손바뀜'…현물환·FX 스와프 '흔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채권은 사들이는 투자 패턴은 계속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번)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에서 9월(7조9천억 원)과 10월(3천억 원)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대로 채권시장에선 9월(14조7천억 원)과 10월(2천억 원) 연속 순매수했다.
두 달 넘게 외국인 자금의 향방이 엇갈리면서 외환시장에 영향도 상당했다.
외인 증시 순매도는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제한했다. 주식을 판 대금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커스터디 매수로 연결됐다.
이는 달러-원 하락에 걸림돌이 됐다. 지난달 달러 인덱스가 100.1대까지 연저점을 경신했다. 반면 달러-원은 1,303원대로 연저점(1,290원) 돌파에 실패했다.
외환(FX) 스와프 시장에 영향도 불가피했다.
외국인 증시 매도에 따른 역송금은 '바이앤셀' 수요로 유입했다. 대고객 거래에 결제일을 조정하기 위한 초단기물 탐넥(T/N) 매도가 스와프 약세를 가져왔다.
반면 외인의 단기 차익거래는 스와프 강세로 이어졌다. 달러로 원화를 조달해 단기물 채권에 투자했다. 만기 1년 안쪽에 스와프 매수세로 유입한다.
한은에 따르면 8월 기준 차익거래 3개월물 유인은 42bp로, 7월(16bp) 대비 크게 높아졌다.
◇ '외국인 먼저 움직였나'…글로벌 지수 발표에 관심 고조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외국인 매매 배경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반기 리뷰를 꼽고 있다.
FTSE 리뷰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9일 오전 5시에 발표된다.
이번엔 한국의 WGBI 편입 여부와 주가지수 관련한 평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하반기 시행된 외환시장 개방 등으로 WGBI 편입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이 결정되면 채권 자금이 중장기에 걸쳐 최소 500억 달러가량 유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채권시장에 강세 요인이다.
반면 주가지수 평가엔 우려가 교차한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6개월간 공매도 금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가지수는 지난 2009년부터 선진시장에 편입했다. 일부에선 관찰 리스트로 등재돼 지수가 강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외국인의 원화채 매수 및 증시 매도 패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했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최근 한 달 정도를 보면 외국인이 올해 산 주식을 많이 팔았다"며 "금투세 영향보다는 주가지수 (강등 우려가)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두 달은 명확하게 외국인 포지션이 우리나라 주식은 팔고 채권은 사는 흐름이다"며 "(WGBI 편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외은 딜러도 "공매도 금지는 논란이 많았던 정책"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주가지수 제외도 논쟁거리가 되었기에 외국인이 주식을 이렇게 많이 팔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WGBI 편입 시 수혜를 보는 종목은 외국인이 매수한 단기물이 아닌 장기물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실제 WGBI 편입 효과는 압도적으로 달러-원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외은 딜러는 "아무래도 WGBI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 금액이 상당하다"라며 "전체적으로 본다면 달러-원 환율에 하락 영향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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