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연이은 급등…배경과 전망은
  • 일시 : 2024-10-04 10:36:23
  • 달러-원 연이은 급등…배경과 전망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연이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비둘기파적 기조와 탄탄한 미국 경제, 고조된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30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1,303.40원까지 내렸지만 2거래일 만에 30원 넘게 폭등했다.

    연합인포맥스


    ◇달러 약세 되돌리는 비둘기 중앙은행…BOK 인하 기대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요인들이 소멸하면서 글로벌 달러 가치가 반등했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함께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비둘기파적 기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ECB는 이달 금리 동결이 기대됐으나 유로존 9월 물가가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대로 내리며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럽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강화됐다"라며 이를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 역시 "유럽의 경제 성장 위험은 하방에 있다"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매파로 알려져 있던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본은행 총재와의 면담 후 "현재 추가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라며 완화 기조 유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엔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BOE도 거들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인플레이션 관련 소식이 계속 좋다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bit more aggressive) 금리 인하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E는 지난 8월, 찬성 5명대 반대 4명으로 '매파적 금리 인하'를 택한 뒤 9월에는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제 시장에서는 BOE가 올해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연속으로 25bp씩 금리를 내릴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비둘기파적 결정에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100.15에서 102선까지 반등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원화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3년 6개월 만에 2%를 밑돌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시장의 한 외환딜러는 "가계부채 문제로 한은은 11월 금리 인하 예상이 유력했으나 예상보다 더 빠른 물가 둔화를 고려하면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당해졌다"라며 "가계부채 둔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신성환 위원 발언도 이달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다"라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2116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연준 공격적 금리 인하 어려울 듯

    탄탄한 미국 경제 지표도 달러-원 상승을 지지했다.

    미국의 9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4.9로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도 9월 민간 부문 고용이 14만3천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12만4천명 증가를 웃돌았고 전월치도 9만9천명 증가에서 10만3천명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이에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총회 연설에서 앞으로 경제가 대체로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정책은 시간을 두고(over time) 보다 중립적인 기조를 향해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는 연내 25bp씩 두 번의 인하가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우회적으로 '빅 컷'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달러도 강해졌다.



    ◇물가 우려 재점화와 중동 긴장…코스피 외인 자금 유출까지

    물가 둔화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항만 노동자 4만5천 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임금 이견으로 이달 들어 파업에 돌입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산업계가 약 2주분의 제품을 비축하고 있다며 파업이 길어지며 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급망 영향을 우려한 백악관은 사측에 새로운 임금 인상안을 제안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해 파업을 끝냈다.

    금융시장은 일단 파업이 끝났음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파업이 장기화됐다면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단기에 끝났다"라며 "항만산업 임금 상승이 전 산업 임금 상승으로 파급되지 않는 한 인플레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불 이상까지 상승하면 에너지 측면에서 인플레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는 악화하는 중동 정세에 상승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이스라엘은 재보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5% 이상 폭등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1조원 순매도했고 2일에는 3천억 원 팔았다. 이날도 300억 원 넘게 팔고 있다.

    시장의 다른 딜러는 "최근 달러-원 하락을 받치는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국내 증시 자금 유출"이라며 "국내 증시 외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 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밤 발표될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고용의 추세적 둔화가 재확인된다면 달러-원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게 시장 기대다.

    외환시장의 또 다른 딜러는 "10월 고용보고서는 허리케인이나 파업 등으로 인해 노이즈가 많을 수 있다. 이날 나오는 9월 고용보고서가 FOMC 이전 참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라며 "미국 고용의 추세적 둔화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는 방향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 3302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