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 새 역사 쓴 신한은행…대만 포착해 조달처 다변화
4억달러 조달 완료, 넘치는 수요에 증액 결정
대만 제도 변화 주목, '달러화' 투심도 포섭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신한은행이 4억달러 규모의 포모사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새 역사를 썼다. 대만 시장을 공략한 포모사 커버드본드가 등장한 건 전 세계 최초다. 이번 조달로 신한은행은 시장 개척은 물론 달러화 발행물에 대한 아시아 기관들의 투자 수요까지 동시에 잡았다.
세계 최초의 포모사 커버드본드 등장의 뒤에는 신한은행의 시장 관찰력이 있었다. 신한은행은 대만에서 커버드본드 관련 제도가 싹튼 틈을 포착해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선순위 포모사본드 발행을 이어오면서 현지 기관들과 신뢰를 다져온 데 이어 커버드본드 개척에도 나서 조달처 다변화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세계 최초 도전…데뷔전부터 수요 폭발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진행한 프라이싱(pricing)을 통해 4억달러 규모의 포모사 커버드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이다.
프라이싱에는 포모사본드의 주요 투자자인 대만 이외에도 아시아 기관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15억달러에 달하는 주문이 유입됐다. 이에 신한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3억달러보다 1억달러 늘린 4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포모사 커버드본드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대만 커버드본드 관련 법률 제정 및 대만 증권거래소 상장이 가능해진 점 등 제도 변화를 주목했다.
문제는 대만 역내에서조차 커버드본드 발행물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조달 전 NDR 등을 통해 투자자 설득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대만과 싱가포르, 유럽을 직접 찾았다. 대만 투자자들이 현지 커버드본드에 대한 친숙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구조 및 커버풀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노력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프라이싱 전 투자수요 확인 과정(IOI)에서부터 기관들의 견조한 수요를 확인했다.
하지만 대만을 강타한 태풍 끄라톤이 문제가 됐다. 당초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프라이싱을 목표로 조달 준비에 나섰으나 태풍 끄라톤이 대만에 상륙하면서 발행이 쉽지 않아졌다. 2일과 3일이 대만의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시장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후 4일 시장이 다시 열리자 재빨리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이후 한국물(Korean Paper) 포모사본드 발행물이 줄줄이 대기 중인 터라 조달에 속도를 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만은 물론 아시아 각국 기관들의 수요가 쏟아지면서 유럽 개장 후에는 서둘러 북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첫 포모사 커버드본드라는 상징성 이외에도 오랜만의 달러채 커버드본드라는 점이 투자 수요를 흡수했다. 커버드본드가 주로 유로화로 발행됐던 터라 달러화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한국물 달러화 커버드본드 발행 역시 2017년 주택금융공사 조달이 마지막이었다.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로 친환경 조달에 나선 점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조달 자금의 사용처가 그린 모기지에 활용된다는 점이 관련 요건을 충족시켰다.
해외 시장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조달 중에서도 친환경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린 모기지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면서 ESG 조달에도 앞장선 모습이다.
◇커버드본드, 금리 절감 효과 겨냥…조달 안정성 확대
풍부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에 85bp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는 87bp에 ±2p를 더한 수준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넘치는 수요에 힘입어 금리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첫 발행물인 만큼 눈앞의 금리만을 좇기보단, 꾸준한 조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 조성 측면에서 접근했다.
신한은행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커버드본드의 금리 절감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커버드본드는 커버풀을 활용해 상환 안정성을 보강하기 때문에 실제 발행사 등급보다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이에 해당 채권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다. 무디스 기준 신한은행(Aa3) 등급보다 3 노치(notch) 높은 수준이다.
신용등급 보강으로 커버드본드는 선순위채 대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발행물이 신한은행의 동일 만기 선순위 달러채 조달 금리보다 20bp가량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아직 커버드본드가 싹트지 않은 포모사 시장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 시장 자리를 잡을 경우 조달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포모사 커버드본드 시장 개척으로 조달 안정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커버드본드는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이에 신한은행은 이번 조달로 향후 다양한 통화 시장의 변동성에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혔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첫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커버드본드 시장으로 발을 넓힌 데 이어 이번엔 대만에 착륙했다. 이번 조달의 경우 달러화 커버드본드로 대만 이외의 아시아 투자자도 사로잡는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소시에테제네랄이 주관했다.
phl@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