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 서울환시에서 미약했던 채권자금 파워, 달라지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채권자금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그동안 외국인 채권자금은 주로 환헤지를 하면서 외환시장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앞으로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WGBI로 인한 채권자금 유입 규모가 많게는 연간 6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채권자금이 서울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점 달라질 것이라고 외환딜러들은 내다봤다.
그동안 외국인 채권자금은 사실상 서울환시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규모로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던 시기에 원화 강세가 뒷받침되지 않아 채권자금과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이는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부분 환리스크를 헤지하고 들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HSB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과 2007년에도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입됐지만 원화는 두 해 모두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
HSBC는 "원화는 역사적으로 외국인 채권 자금과 제로 또는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주로 환헤지의 관행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웃돌 때 FX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인 경향을 보였고,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은 셀앤드바이를 해서 헤지에 따른 이익을 추가해 수익률을 높였다.
즉, 외환시장에 직접 들어와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식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여기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상할 수록 달러-원 환율은 올라 원화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주식자금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을 실제로 뒤흔들었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를 비롯한 직접 및 포트폴리오 투자로 유출되는 자금은 달러 매수 물량으로 유입돼 원화 약세를 유발했다.
한국은행 월별 금융계정 및 자본수지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1~8월 해외주식 투자금은 604억달러, 채권투자금은 392달러 정도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달러 환전 물량은 실제로 달러-원 환율을 지탱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외환딜러들은 WGBI를 계기로 그동안 나타난 순유출 위주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주로 해외주식 투자가 많이 이뤄지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결제 물량이 많았다"며 "그런 주식자금으로 인해 달러-원 환율이 제대로 하락하지 못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WGBI 편입시 외국인 채권자금이 들어오면 이런 순유출 중심의 자금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부터 들어오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헤지 수준이 줄어들 경우 외환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망했다.
HSBC는 "2025년말까지는 여전히 상당히 큰 한·미 금리차가 있을 것이고, FX스와프포인트는 마이너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은 FX헤지를 기준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연준 금리인상과 달러인덱스 상승일 때와 달리 연준 금리인하와 달러인덱스 하락 추세일 때의 수익률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전만큼 환헤지가 수익률 증가에 도움이 안된다면 외국인 채권 자금이 헤지없이 들어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해외로 유출되는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자금과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채권 자금이 외환시장에서 맞물려 서로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설명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WGBI 편입시 약 1.5년에 걸쳐 월 30억~50억달러 정도의 투자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채 포트폴리오의 경우 일부 환헤지 비율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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