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장기채+엔화 ETF 투자자들 '시름'…한 달 새 수익률 -10%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 장기채와 엔화에 동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한 달 새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공포가 줄어드는 대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미국채 장기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일본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위축된 데 따라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해당 ETF는 지난 8월 초 출시 이후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30년물 미국채 금리가 작년 말 이후 처음으로 4% 밑으로 떨어졌고, 160엔까지 올랐던 달러-엔은 당시 141엔으로 내리면서다.
그러나 미 장기채와 엔화 강세 흐름은 8월 이후 주춤해졌고,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약세로 전환했다.
15일 KB자산운용에 따르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의 최근 한 달 사이 수익률은 마이너스(-)9.88%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상장 이후로는 -8.79% 수익률을 나타냈다.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5.38%, 3.65%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의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이다.
운용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0.35%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상장 이후로는 -2.89%,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3.96%, 3.48%였다.
순자산(AUM)은 각각 RISE가 3천612억원, ACE가 996억원 수준이다.
해당 ETF는 달러-엔은 환 헤지를 하지만 엔-원 재정환율에는 노출하면서 엔-원 환율 상승 때 더 큰 이익을 거두는 상품이다.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7월 11일 100엔당 852.11원까지 밀렸다가 한 달여 뒤인 8월 5일 965.63원으로 100원 넘게 뛰었다.
그러나 전날 종가 기준 904.89원으로 다시 60원가량 내준 상태다.
시장에서는 달러-엔 단기 저항선을 150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의 고용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미국채 금리 하락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면서 해당 ETF 가격이 조만간 바닥을 치는 것 아닌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 6거래일 연속 두개 ETF에 대해 매도세를 보이고, 외국인도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10월 미국의 비농업고용 증가폭이 허리케인과 파업 영향으로 10만명 넘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점은 '빅컷' 기대가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전날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주최 행사에 참석해 "최근 두 번의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으로 인해 상당하지만 일시적인 일자리 손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영향이 10월 고용 증가폭을 "10만명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5만4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14만7천명)를 크게 웃돌았다. 이전 집계치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11월 '빅컷' 전망이 소멸한 바 있다.
9월과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빅컷 전망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연준 통화정책 전망에 단기 금리가 밀린다고 해도, 장기금리는 중장기 미국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하락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엔화 역시 특별하게 강세를 전망할 재료가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엔화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제일 중요하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오고 연착륙, 노랜딩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10년 금리가 빠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엔화도 강세를 보이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엔이 150엔에서 상승을 멈추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채 금리가 일방적으로 상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단기 금리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고 장기금리는 미국 경제 중장기 전망을 반영하기 때문에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해당 ETF 상품들은 레버리지 상품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엔화가 사실상 미국채 금리의 종속변수와 마찬가지여서 미국채 가격이 오르면 엔화값도 같이 올라 두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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