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WGBI 편입으로 확인된 협업
(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 예상보다 빨리 편입된 이유가 있나"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FTSE러셀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성공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래 국고국이 주무국인데, 국제금융국, 그리고 기재부 전체의 여러분들이 편입에 달려들었다"고 설명했다.
WGBI 편입에서 관건은 시장 접근성 레벨을 한 단계 높이는 것과 추종 자금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일본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국채는 이미 외국인이 보기에도 안정적이고 매력적으로 평가됐지만, 편입에 성공하려면 투자 통로를 더 넓히고, 허들을 더 낮추는 것이 필요했다.
자산시장으로 통하는 수단인 외환시장을 개혁하는 것, 이 과정에서 역할을 담당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외환 당국의 역할을 하는 기재부의 국제금융국이다.
최 부총리가 WGBI 편입을 위해 국제금융국까지 함께 뛰게 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FTSE러셀이 이번 평가에서 제3자 외환거래 허용, 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 완료했다고 언급한 부분은 국제금융국이 해낸 것이다.
제도를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때가 됐다고, 시장을 개방해서 더 많은 외국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고, 시장의 힘을 믿어보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 그것도 가장 마지막 보루에 해당한다. 과거 외환시장의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두 번 다시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제 규모와 맞지 않는 자산시장의 발전 수준을 보면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일단 풀어보자'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어느 국가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모든 길은 새로 뚫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었다.
최소한의 모니터링 끈을 놓지 않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편함을 일일이 찾아가서 듣고, 돌아와서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혹은 절충안들을 만들어냈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FTSE러셀의 관계자와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외환시장 구조개선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국채통합계좌를 연 것도 6월 말이어서 FTSE러셀의 반응에 걱정이 컸었는데 신기하게도 말이 잘 통했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에 '혹시 WGBI 편입이 될 수도 있겠다, 50%의 가능성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FTSE러셀 담당자가 앞서 만난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당국에 여러 개선 사항을 요청했고 빠르게 해법을 내놔 인상적이었다는 대화를 나눈 후였다.
제도를 바꿔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체감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이렇게 확고한 것을 확인한 FTSE러셀 입장에서 6개월 뒤로 결정을 또다시 미룰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외환 당국인 한국은행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경제 규모라든지 전 세계가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달리 우리 외환시장이 80년대 구조가 계속 유지됐다"면서 "이번에 지난 2~3년간 정부의 노력에 의해 외환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이런 일이 일어났고, 한국은행도 많이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40여년간 이뤄져야 할 시장의 변화를 우리 사정에 맞게 단기간에 바꾸는 작업을 기재부와 한은 두 외환 당국이 협력을 통해 끌어낸 성과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시작한 지 이제 4개월째 접어들었다.
예상보다 빨랐던 WGBI 편입은 외국인 투자금이 외환시장을 통해 더 많이 들어오게 만들어 구조개선의 안착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부 정선미 차장)
smjeo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