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섭의 중소기업 킵고잉] 중소기업 ESG 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 일시 : 2024-10-23 10:10:00
  • [김규섭의 중소기업 킵고잉] 중소기업 ESG 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화장품 용기를 유럽에 수출하는 A사. 지난해 A사 대표는 유럽 바이어에게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평소처럼 주문이나 배송 일정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메일에 적힌 내용은 전혀 달랐다. 바로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에코바디스(EcoVadis)의 평가 점수를 제출하라는 요청이었다. ESG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A사 대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바이어와 거래를 유지하려면 매년 이 점수를 갱신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A사 대표는 "갑자기 ESG 점수라니, 정말 막막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가치다. ESG는 투자의사결정과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거론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대기업은 이미 ESG를 경영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지만, 자금 여력과 전문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ESG 경영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ESG를 위한 설비와 인력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기업의 생존 문제들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SG 경영은 중소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ESG 관련 국내외 정책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기준 최종안 마련에 앞서 '스코프(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1·2차 협력사 등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해외의 경우, EU(유럽연합)는 지난 7월 25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공식 발효했다. 이 지침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들의 협력사까지 포함해 인권·환경 관련 리스크 요인을 확인하고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지침 적용 대상 기업에 수출을 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역시 인권과 환경 관련 리스크를 평가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A사의 상황처럼 말이다.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어버린 ESG 경영, 중소기업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사실 중소기업의 자구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환경 부문은 복잡한 규제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휴넷이 지난해 8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ESG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9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지만 ESG 경영 준비 정도는 5점 만점에 2.7점 수준에 그쳤다. 전문 인력 부족, 정보 부족, 예산 부족 등이 그 이유였다. 중소기업에 ESG 경영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2월 16일부터 친환경경영 컨설팅 참여 기업을 모집한 바 있다. 참여 중소기업에 친환경공정 개선,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ESG 교육 등 친환경 경영체계 구축 컨설팅을 지원한다. IBK기업은행 또한 'ESG-산업안전 자가진단 툴(TOOL)'을 출시한 데 이어 활발한 ESG 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업종별로 맞춤 ESG 변화 관리 교육, ESG 자가진단, ESG 정밀진단, 심화 컨설팅, 사후 관리 등 체계적인 방안을 도출해준다. EU 공급망 실사 대응,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료로 컨설팅이 가능하다. ESG 컨설팅은 거래 영업점을 방문하여 직원과 상담 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 ESG 경영을 실천했을 때, 괜히 비용만 더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ESG 연계 대출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다양한 ESG 특화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ESG 경영 및 탄소중립 실천 활성화를 위한 'ESG 경영 성공지원 시설자금대출(최대 1.3%p 이내 감면)', 대기업이 추천한 협력 중소기업 중 ESG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에 금리 감면 혜택을 주는 '동반성장협력대출(상품별 상이)', 대한상공회의소의 ESG 경영 확인서를 발급받은 기업을 지원하는 'ESG 경영 성공지원 대출(최대 1.0%p 이내 감면)', 에너지 및 환경 테마 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전용 상품인 'IBK늘푸른하늘대출(최대 1.0%p 이내 감면)' 등이 있다.

    ESG 경영은 중소기업이 계속기업으로 킵고잉(Keep Going)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다.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단순히 비용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관련 규제가 점차 구체화하는 만큼, 중소기업 임직원은 ESG 경영을 '하면 좋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ESG 경영의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시설 및 설비 개선 등을 위한 지원책을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업도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협력사를 돕는 ESG 경영지원을 확대함으로써 ESG 경영의 선순환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중소기업의 투자 검토 시 고려 사항'을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김규섭 IBK경제연구소 연구소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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