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달러-원 1,400원'이 갖는 의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대반전의 10월을 지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장중 1,303.40원까지 떨어지던 환율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80원 가까이 튀어 올랐다. 1,200원대 진입을 앞뒀던 달러-원이 어느새 1,400원선을 앞두고 있다. 원화 강세 기대로 가득했던 서울외환시장은 위험 회피와 달러 강세 분위기로 돌아섰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선에 다가서면서 외환당국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 1,400원은 '개입 레벨'을 의미한다. 지난 4월 16일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찍었을 때 이미 공식적인 시장 개입도 겪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국장급 공동 구두 개입은 물론 외환당국은 지난 2분기에 외환시장에서 57억9천6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환율 레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국은 환율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 얼마나 시장의 투기적 포지션과 쏠림이 큰지도 고려한다.
환율 1,400원에 딱 맞춰 매도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수준에 근접할 때 속도 조절과 시장 포지션 쏠림에 따라 언제든 나설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금 서울환시는 유동성이 취약한 야간에도 열려있다.
지난 7월부터 외환시장 구조 개선으로 새벽 2시까지 연장된 상태다. 이 시간대에 미국 경제 지표 변화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환율이 장중 1,400원선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외환당국도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환율 1,400원이 개입 레벨로 인식되면 1,380원대부터는 차츰 외환당국 물량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당국자들의 발언을 고려하면 고환율에 대한 당국의 민감도가 과거처럼 크지는 않아 보인다.
외환당국자들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고, 순대외 금융자산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점, 나홀로 원화 약세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반영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원화 강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과거 흐름을 보면 1,400원 환율은 결코 안심할 수준도 아니다. 이는 '위험 회피를 반영한 레벨'이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이란과 이스라엘간 확전 우려가 불거지는 등 각종 리스크가 환율을 끌어올렸다. 통화정책 격차에도 달러-원은 1,400원대를 찍었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에 환율이 1,444.20원까지 올랐을 때는 미·일 통화정책 격차로 달러-엔이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이 실개입에 추정되던 시점이었다.
지난 2009년에는 금융위기로 오른 '위기 레벨'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시장도, 당국도 1,400원을 위기 수준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1,400원 환율을 앞두고 달러 강세 요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달러 강세에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도널드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따른 관세와 방위비 부담 압박 등 원화 약세를 부추길 요인도 포함돼 있다. 물론 외환시장은 극에 달하면 반전되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흐름을 보인다. 아직은 본격적인 반전 요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상황이 바뀌기까지 11월 미 대선 결과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이나 트럼프 위험이 가중되면 1,400원대 환율을 용인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환율에 대한 우리 경제의 민감도가 줄었다고 해도 외환당국은 1,400원선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 물량이 그나마 환율 상승을 막을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00원에 육박한 환율은 지금도 보통 사람들의 지갑 사정에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수입 물품과 자동차와 난방을 위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해외에 자녀를 유학 보낸 사람들의 삶은 좀 더 팍팍해질 수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고환율이라는 게 결국 소비자들에는 추가 부가세"라면서 "우리가 먹고, 입고, 움직이는 것들이 대부분 환율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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