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시장서 뒤바뀐 한일 채권 위상…산업은행, DBJ 역전 배경은
  • 일시 : 2024-10-25 08:52:47
  • 파운드화 시장서 뒤바뀐 한일 채권 위상…산업은행, DBJ 역전 배경은

    나란히 투자자 모집, 스프레드 격차 뚜렷

    SSA 입지 구축 꾸준, 가격에서도 드러난 성과



    제공 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KDB산업은행과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파운드화 채권 발행에 나서 달라진 입지를 드러냈다. 한국물(Korean Paper)의 경우 일본보다 신용등급이 높지만, 이머징마켓(EM)이라는 한계 탓에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비교적 열위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이번 조달에서는 산업은행이 DBJ보다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형성하면서 그동안의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된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파운드화 시장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산은·DBJ, 연달아 파운드화 발행…달라진 금리차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 22일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2억5천만 파운드어치 채권을 찍기로 했다.

    이어 지난 23일 일본 DBJ가 투자자 모집에 나서 2억5천만 파운드어치 채권 조달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소니아(SONIA·Sterling Overnight Index Average) 미드 스와프(mid-swap)에 56bp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이는 산업은행 채권과의 만기 차이를 고려해도 상당한 격차다. KDB산업은행은 4년물 FXD를 SONIA m/s에 59bp 더해 발행키로 했다. 두 발행물의 만기가 1년가량 차이 났지만, 스프레드 격차는 불과 3bp 수준에 그쳤다. 산업은행과 DBJ의 쿠폰 금리는 각각 4.25%, 4.375%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1년여의 만기 차에 따른 스프레드 격차를 10~12bp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발행물 간 스프레드 차이가 3bp에 그쳤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물은 그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일본보다 저평가받곤 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국제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각각 'Aa2', 'A1'으로, 2노치(notch)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본 발행사가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산업은행과 DBJ 채권도 비슷했다. KDB산업은행과 DBJ는 각각 정부 신용등급과 동일한 'Aa2', 'A1' 등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EM 시장의 한계 등으로 KDB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이번 발행에서는 산업은행이 DBJ를 뛰어넘으면서 달라진 입지를 드러냈다. 영국 파운드화 채권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꼽히는 시장인 만큼 두 발행사 간 달라진 위상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SSA 스타일 조달 지속, DM 향하는 산업은행

    산업은행의 성과는 꾸준함의 결과였다. KDB산업은행은 초우량 투자자로 꼽히는 정부·국제기구·기관(SSA)을 지속해서 공략하는 등 투자 저변 확대를 이어왔다.

    이어 올해부터는 SSA 스타일로 달러채 조달에 나서 새 시장으로의 진입을 알렸다. 주요 투자자층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연기금 등의 수요에 발맞춰 발행 형식 및 채널을 바꾸면서 SSA 채권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SSA 채권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금화가 용이한 국공채 수준의 입지를 인정받는다.

    산업은행은 이번 조달에서도 SSA 발행사 스타일을 택해 초우량 투자자를 겨냥했다. 통상 SSA 발행사는 파운드화 채권 조달 시 스프레드 기준점으로 SONIA m/s를 택한다. 통상 영국 국채금리인 길트(Gilts)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이던스 역시 실제 타깃 금리와의 격차가 크지 않게 설정해 SSA 발행 스타일을 고수했다.

    발행 타이밍 또한 주효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이번 달 이미 10억달러의 채권을 찍었다. 이어 내달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그사이 새 외화 조달을 위한 여건 및 일정 확보가 타이트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파운드화 시장을 주목해 조달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그동안 일본 대비 디스카운트 됐던 한국물 위상 또한 높인 셈이다.

    특히 파운드화는 달러, 유로와 함께 SSA 발행사들이 찾는 주요 통화 시장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SSA 스타일로 올해만 세 차례의 달러채 조달을 마친 데 이어 파운드화 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선진 시장(DM)으로의 도약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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