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다
  • 일시 : 2024-10-25 09:59:06
  • [이종혁의 투자]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기대가 커지면서 뉴욕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트럼프 재집권 공약인 고율 관세 부과가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감세 정책으로 미 국채 발행량이 대규모로 늘어나 미 국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라고 불리는 이런 흐름에 이끌린 달러-원 환율도 한 달 만에 80원이 뛰어올랐고, 20원만 더 오르면 1,400원대로 진입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달러-원 1,400원은 지난 4월16일 외환 당국의 공식 개입이 있던 지점이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가파른 달러 강세는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완화에 나서야 하는 비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에는 큰 부담이다. 자칫 기준금리 인하가 자국 통화의 약세를 더 부추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10월 25bp 인하에 나섰던 한국은행도 쇼크 수준인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면서 추가 인하 목소리에 둘러싸이는 국면이다. 당장 11월이 아니면 내년 1월에는 추가 인하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대출 조이기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환율 급등이 다시 통화정책에 복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검토 요인으로 외환시장과 수도권 집값, 가계부채를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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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은 이번에 달러-원이 1,400원대로 다시 오른다고 해도 대한민국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린다고 볼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고공 행진하던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인 데다 지난 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때와 같은 대형 사건·사고도 없어서다. 무엇보다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토대로 세계국채지수(WGBI)의 편입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양질의 해외 투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는 게 예정된 상태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펀드에서 약 75조원가량의 투자금이 들어와 국채를 매입하면 우리 금융시장에 든든한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지난 2분기 대한민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8천585억달러, 순대외채권은 3천81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에 너무 잡혀서 겁내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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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한다. 미 대선 결과가 몰고 올 불확실성이 가늠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채권시장이 금리 급등으로 요동친다면 증시나 외환 등 다른 자산시장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미국 채권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MOVE 지수가 대선 앞두고 1년내 최고치로 올랐다. 또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관세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0.4% 낮아지고, 38개국 중 특히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스위스가 1% 안팎으로 크게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전 세계 경제 규모 1위인 미국 잠재성장률(2.1%, OECD 추정)보다 우리(2.0%)가 더 낮아지는 등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 쇼크의 주범도 예상보다 일찍 둔화한 수출이었다.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수출이 홀로 성장을 끌고 가는 상황이었는데, 이럴 경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철학자 볼테르는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반복한다고 꼬집었다. (편집국 금융시장부장)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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