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깅전략에 진심인 수출기업…네고물량 출회 美대선까지 미루나
"당국 개입 의지 안 느껴져"…1,400원까지 열어둔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도 수출기업들이 네고물량을 많이 내놓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외환딜러들은 달러화 강세 분위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당국의 개입 경계감 약화 등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생각만큼 달러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달 5일 예정된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훨씬 큰 상황이라 래깅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1,400원도 열어두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오후 2시 49분 현재 달러-원 환율은 전장대비 8.10원 오른 1,388.30원에 거래됐다. 이날 한때 환율은 1,390.40원까지 올랐다. 지난 7월 19일 장중 고점인 1,390.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약세에다 커스터디와 역외 매수 물량이 가세한 탓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30일 달러-원 환율이 장중 1,303.40원까지 밀린 것을 고려하면 16거래일 만에 거의 90원이 뛰었다.
외환딜러들은 이미 1,370원대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네고물량이 유입될 것으로 봤으나 1,380원을 넘어서는 수준에서도 서울환시에서 네고물량은 존재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네고물량이 소극적으로 나오지만 수입업체의 '사자' 대응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딜러들은 말했다. 1,370원대로 내리면 오히려 추격매수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A은행의 한 세일즈 딜러는 "네고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열어두고 가는 데가 많다. 1,400원까지 열어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든지 이벤트가 발생하면 요즘에는 하루에 10원씩 오르는 게 별것도 아닌 게 됐다. 정부에서도 개입 의지가 크게 나오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1,400원이 심리적인 저항선인 것은 맞지만, 해당 레벨에 대한 정부의 경계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위쪽을 더 열어두는 분위기를 부추긴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펀더멘털이 강하다고 통화가 강한 것은 아니라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원화 안정성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에 원화 약세가 강달러에서 비롯된 것이고, 원화 움직임 속도가 여타 통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시장의 우려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전날에는 1,380원 중반에 접수하는 형태로 주문을 걸어두는 등 대기하는 업체가 많았다"면서 "더 크게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보다 기업들도 매일 바뀌는 레인지를 보면서 가격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환율이 내릴 분위기도 아니어서 다음 주 미국 대선 전에 나오는 고용이나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 등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달러-원이 1,385원까지 올랐을 때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고점을 찍고 꺾인 바 있다.
딜러들은 다음 주에는 월말을 맞아 실수요 네고물량이 일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급이 한쪽으로 치우쳐 환율 하락 재료로 소화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관망하며 래깅 전략을 고수하는 기업들이 포지션을 바꿀 유인도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트럼프 대선 전까지는 환율 저점이라고 해야 1,370원대 초반일 것 같다. 고점을 확인할 때까지 래깅할 유인이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실제로 내다 팔 달러 자금도 많지 않다는 얘기를 지점을 통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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