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펀더멘털 탓 아니라는 이창용 총재 말 따져보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선을 위협하면서 한국 경제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기외채 비율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주요 건전성 지표들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외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환율 상승에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적 요인이 작용하냐는 박성훈 의원에 질의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원화가 유동성이 높아 아시아 통화 변동에 강하게 연동되며 "해외에서는 우리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보는 나라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은 곳도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전일 서강대학교 특별 강연에서도 "전 세계 성장률이 4~5%일 때 2%면 낮은 것이고, 0%일 때 우리가 2%면 높은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국제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성장 부진이 달러-원 환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2.8%, 유로존을 0.8%, 영국을 1.1%, 일본을 0.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평균 성장률은 1.8%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2.5%로 전망해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 지표들도 양호한 흐름이다.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19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4천692억 달러(2021년 10월)보다 상당폭 줄었으나 단기외채 비율은 양호하다.
단기외채 비율은 단기외채를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으로 대외 지급능력을 보여준다. 비율이 낮을수록 지급능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이 비율이 60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폭등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80%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 단기외채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34.44%로 2000년 이후 장기 평균(40%)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고점인 2022년 2분기(42.2%)와 비교해도 상당 폭 하락했다. 해당 기간 준비자산이 감소했으나 단기외채가 더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의 부도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33bp 수준으로, 2022년 11월 75bp와 비교하면 큰 폭 내렸다.
서학개미 급증으로 우리 가계의 해외자산이 늘어난 점도 일종의 외환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순대외금융자산도 흑자 전환했다. 2022년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 비율은 44.8%로 주요국 중 9위 수준이며, 외환보유액 제외한 비율은 19.4%로 11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6월 공개한 '순대외금융자산이 경제안정과 금융 국제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순대외금융자산 흑자국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경우 내국인 해외자금이 본국으로 돌아오며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완화된다"며 "한국에 외환위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환율 변동성도 과거 위기 시와 비교해 그리 높지 않다.
달러-원이 1,400원 문턱까지 갔으나 전일 대비 변동률은 높지 않았다. 달러-원 5일 평균 전일 대비 변동률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2%까지 치솟았고,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긴축 시기에도 1.8%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0.3% 수준에 그치고 있다.
10월 초 4거래일 연속 10원 넘게 움직이며 5일 평균 변동률이 0.8%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레벨이 높기는 하지만 변동성이 크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달러-원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투기적 움직임으로 인한 것이고 되돌려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으나 야금야금 오르는 것은 펀더멘털 우려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며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좋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