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英 예산 '워치독'의 한방에 허찔린 길트 시장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영국 노동당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 직후에는 국채 시장의 환영을 받는 듯했다.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라는 연간 400억파운드(약 71조원)의 증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은 잠시나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예산안을 설명하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의회 연설이 끝나자마자 흐름은 단숨에 뒤집혔다.
영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감시하는 '워치독' 예산책임청(OBR)이 정부 발표에 맞춰 내놓은 보고서에는 "최근 수십 년 동안의 모든 재정적 사건 중 가장 큰 재정적 완화(fiscal loosenings) 중 하나"라는 평가가 담겨 있었다. OBR은 향후 5년간의 공공부문 순차입이 총 1천420억파운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OBR은 영국 정부로부터 예산안 관련 세부 내용을 미리 건네받아 향후 5년간의 경제전망에 이를 반영하는 작업을 한다. 재무부와 긴밀히 협력하지만 독립성은 보장된다.
OBR은 보고서에서 새 예산안은 세금뿐 아니라 지출과 차입도 "크게,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면서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지출이 거의 700억파운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700억파운드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OBR은 정부의 지출 확대는 "단기적으로 GDP에 일시적인 부양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를 반영해 내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종전 3월 전망치에 비해 1.1%포인트나 높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잉글랜드은행(BOE)의 목표 2%를 다시 웃돌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OBR은 이에 따라 BOE의 정책금리 경로도 상향 조정했다. OBR은 "예산안의 재량적 재정 완화의 전체 규모를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BOE 정책금리와 길트 수익률 관련 예측 전반에 걸쳐 25bp의 상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별(화면번호 6533번)에 따르면 BOE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길트 2년물 수익률은 31일 기준 전장대비 12.81bp 급등한 4.4480%를 나타냈다. 지난 5월 하순 이후 최고치로, 예산안 파동을 겪은 이틀 동안의 오름폭은 18.61bp에 달한다.
길트 2년물 수익률은 같은 기간 10년물 수익률(+10.56bp)보다 더 크게 올랐다. 예산안의 실제 성격은 인플레이션적이며, 따라서 BOE의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OIS(Overnight Index Swap) 시장에 반영된 BOE의 연내 금리 인하폭은 현재 30bp를 소폭 웃돌고 있다. 예산안 발표 직후까지만 해도 연내 '25bp씩 두번 인하' 전망이 우세했으나 한 번만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쪽으로 전망이 바뀐 것이다.
길트 시장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인 지난 2022년 9월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에 위기를 겪은 바 있으나, 이번에는 마음을 놓고 있었다는 한탄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엿보인다.
하그리브스랜즈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머니·마켓 헤드는 "레이철 리브스의 연설 도중 퍼져나가는 듯한 조용한 낙관주의는 사라졌고, 영국 국채에 대한 더 높은 프리미임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유럽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과 길트 10년물 수익률 간 스프레드는 약 204bp까지 확대,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최근 저점인 지난달 13일(약 162bp) 대비로는 42bp 상승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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