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美 미술계, 대선 앞두고 '정치색' 입혔다
  • 일시 : 2024-11-04 09:51:52
  • [뉴욕은 지금] 美 미술계, 대선 앞두고 '정치색' 입혔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 10월 말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스테파니김 갤러리에서 새로운 전시회의 시작을 기념해 행사가 열렸다.

    전시회의 제목은 "스토리드(STORIED): 냉전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예술의 대화". '유서 깊은'과 '역사의 한 장면을 표현한 디자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다. 현 사회의 정치 및 사회적 대립이 냉전의 기억과 연관돼 있으며 정치적 대립을 완화하기 위해 냉전의 기억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전시가 기획됐다.

    [출처 : 스테파니김 갤러리]


    전시회에는 천민정과 원성원, 트레이스 바이스만까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세 명의 여성 작가가 출품했다. 천민정 작가는 한국의 전통 인형과 북한의 인민군복을 접목해 다양한 그림으로 '키치함', 즉 B급 감성이지만 작품의 질은 B급이 아닌 특색을 드러냈고 원성원은 수십장의 자연 사진을 중첩·편집해 특정 직업군들에 대한 자신의 감성을 반영했다.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가는 바이스만으로 보인다. 냉전 시절 대피 요령 전단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풍자적인 작품을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권력과 통제의 상징인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전통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고 있는 현재의 기억을 포함한다"며 "지금 세계 정치와 미디어의 현 상황을 고려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 중 하나로 기획됐다는 점이다. 이에 공명하듯 개전 행사에는 헬레나 포크스 전 CVS헬스 사장이자 차기 로드아일랜드주 주지사 후보 등 유력 정치인과 유명 미술작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11월 말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상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페니 프리츠커 현 하버드대학교 이사회 의장도 갤러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프리츠커 의장은 하얏트 호텔 그룹과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 프리츠커상을 운영하는 프리츠커 가문의 일원이다.

    김 큐레이터는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새로운 냉전(New Cold War)'이라는 단어를 썼고 지난달엔 스웨덴에서도 '신냉전 시대를 위한 긴급함'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며 "워낙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분열과 중요한 이슈들로 견해차가 갈리는 것이 냉전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출처 : 보스턴 미술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술 분야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스테파니김 갤러리만이 아니다. 뉴욕을 넘어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주요 도시에선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전시가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보도한 기획 기사에서 미국 주요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동참하고 있다며 공공 예술 공간이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게 옳은지 논란이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뚜렷한 추세를 형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최대 미술관인 보스턴 미술관(MFA)이 내건 '대중의 힘 : 예술과 민주주의' 전시는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가장 뚜렷한 예다. 도자기, 동전, 비문, 그림, 조각, 판화, 사진, 포스터 등 180개 작품으로 구성된 해당 전시는 대부분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엮어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냈다.

    박물관의 관장 겸 최고 경영자인 매튜 타이텔바움은 "정말 신나는 일"이라며 "우리 소장품에서 사람들이 이같은 맥락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에 소장품을 특정 시각에 따라 선별해 재구성함으로써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말이다.

    맨해튼의 그롤리어 클럽에선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삶과 경력을 회고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희귀 개인 소장품 수백점을 출품하며 사실상 전시를 주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산하의 파머 미술관에서는 방문객에게 유권자 등록 기회를 제공하면서 180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정치적 주제에 관한 판화, 드로잉, 조각품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해머 박물관에서는 현재 미국 정치의 핵심을 분석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NYT는 "뜨거운 2024년 대선을 피하든, 조심히 다니든, 전적으로 수용하든 미국 미술관들의 반응은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한다"며 "'미술관과 박물관이 정치에 뛰어들어야 할까', '그들은 지역 사회에서 정치적 행위자로 기능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이라고 짚었다.

    이같은 전시를 기획한 미술관 관계자들은 정치적 논란을 의식하고는 있지만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의 프리츠커 디렉터인 마들렌 그린스테인은 "우리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서도 "차이를 좁히고 대화를 만드는 한편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자리가 되는 것은 박물관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은 지난 8월 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열 때 흑인과 LGBT 예술가들의 전시를 대대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그린스테인은 "그것은 선거에서 반(反)이민적 수사법에 대해 반대 서사를 만드는 우리의 방식이었다"며 "예술은 마음과 삶을 바꾸고 우리가 되고 싶은 사회를 보여주는데 그것을 정치적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진정호 뉴욕특파원)

    [출처 : 보스턴 미술관]


    jhj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