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이슈 사라지니 이번엔 '상법개정'…여야 충돌 예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한종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여야의 줄다리기가 상법 개정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주주 충실 의무' 도입을 골자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폐지 결론으로 금투세는 11월 국회에서 폐지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금투세가 어려운 주식 시장에 부담을 주고 끊임없는 정쟁 대상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동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신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해 국민의힘과 상법 개정을 놓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금투세로 수세 몰렸던 민주당…똑같은 여론몰이로 국민의힘 압박
민주당은 이번에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진보 진영으로부터 원칙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만큼 명분도 잃고 금투세에 찬성하던 지지층에도 실망을 안겨줬는데, 이를 만회하고자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지 하루만인 6일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독립이사 선출 의무화, 감사의 분리 선출, 대기업 집중 투표제 활성화, 전자 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 상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첫 번째 논의 대상으로 삼고 오는 8일 토론회를 시작한다.
공세에 나선 민주당은 결기에 차 있는 모습이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을 '노력 의무'로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노력 의무 표현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 이후 2단계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인수·합병(M&A), 기업분할 과정에서 대주주나 오너 일가가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주가 조작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수익을 몰수하기 위한 근거 마련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해결한다.
금투세 때문에 여론전에서 밀렸던 민주당은 같은 방식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전일 "공정하게 기업을 운영하고 기업의 경영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상식인데 설마 이것(상법개정)을 누가 거부하겠나"라며 "그런데 희한하게도 정부·여당이 반대 의사를 슬슬 내놓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훔치는 걸 허용하자는 것인가"라며 "훔치는 게 좋나, 혹시 훔친 장물을 나누는 관계이신가"라고 반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소액주주 이익을 탈취하다시피 뺏어가고 있는 불공정한 체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국민 앞에서 반대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여당이) 적극 참여하고 동참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소액 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다.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사모펀드 등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 주주 충실 의무에 정부 '부정적'…기업 '결사반대'
정부 역시 여당과 마찬가지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증시 밸류업과 주주 보호 등을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야당이 강조하는 주주 충실 의무 부과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지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법 개정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좀 어렵다"고 말했다.
주주가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해 고쳐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반론으로 확대해 모든 기업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주주 간 갈등 이슈로 번질 수 있으므로 일반론적인 접근보다는 명확하게 주주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부분을 규정하고, 엄격하게 제어하는 형식이 더 낫다고 이 관계자는 언급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주주의 이익도 보호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에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경영 판단 원칙이라든지 존중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주주 충실 의무 부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업인들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그런 법안이 있지 않도록 투명하게 의견을 수렴하면서 접점을 찾아나갈 것"이라며, 회사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대주주, 소주주 가리지 않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주주 충실 의무 부과를 포함한 상법 개정에 대해 공청회 등을 열고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데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우려를 표하며 주주 충실 의무 부과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 간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복잡한 상황과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가능성 등은 기업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이에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성명을 통해 "기업을 옥죄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있다"며 "국회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당장 멈춰 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했다.
경제단체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안들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비롯한 여러 기업 지배구조 규제는 해외 사례가 거의 없을뿐더러 학계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업의 과감한 경영 판단을 지연시키고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유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재계의 강한 반발 속에 한국경제인협회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상법 전공 교수 62.6%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에 반대했다.

ywshin@yna.co.kr
jhha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