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환율 '뉴노멀' 현실화 가능성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선을 재차 뚫고 오르면서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됨에 따라 무역 및 관세정책이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2차 무역전쟁' 가능성 역시 원화에 부정적 재료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일 트럼프의 재집권이 확정된 당일 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지난 8일 트럼프 트레이드 조정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1,380원대로 밀렸던 것을 제외하면 이날을 포함해 나머지 3거래일 모두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 과거와 달라진 1,400원 환율에 대한 시장과 당국 분위기
지난 4월 중순 환율이 1,400원 터치를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였던 당국은 이번에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약 한 달간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주변국 통화의 약세, 달러 인덱스 강세에 편승한 흐름이다.
당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개입하기는 어려운 입장으로 보인다.
과도한 변동성이 나올 경우에는 미세조정 등을 통해 막을 수 있지만 지금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거나 멈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시장뿐 아니라 당국에서도 지금의 1,400원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올해 4월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중동발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원은 1,400원을 터치하고 물러섰다.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2년여 만에 '국장급 구두개입'이 나온 바 있다. 직후에는 한·미·일 재무장관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원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시장의 매수 심리를 꺾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환율 급등이 원화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의 약한 펀더멘털을 반영하기보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컸다.
◇ 1,300원대 환율 뉴노멀 되기까지 코로나 이후 3년
지난해만 해도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번번이 무산되고 미국 경제의 나홀로 독주, 이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1,300원대 환율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1,300원대 환율이 평균적인 환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셈이다.
1,400원은 기준이 되는 환율이라기보다 저항선, 심리적 마지노선의 역할을 한동안 담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미국 대선 개표 결과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이것 때문에 1,400원을 돌파하게 됐다. 만약 무난하게 트럼프가 당선됐다면 1,400원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00원대에 적응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이전 1,200원이 하던 심리적 저항선 역할은 1,300원이 새로운 스탠더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1,400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저항선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2022년에도 1,400원이 완전히 무너지고 난 후 1,440원대까지 무혈입성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롱심리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속도조절에 적극적으로 임할 확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 미국보다 나은 게 없는 한국…"내년 1,400원대 자주 볼 것"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대체로 1,300원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달러화의 매력이 약해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나을게 없는 상황에서 환율은 지금보다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트럼프 당선 이후 변동성이 커졌을 뿐 방향 자체는 위쪽이며 6개월 후에는 지금 환율이 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고 구상하고 있다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첨단산업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결국 계속 미국만 잘 사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보다 나은 게 있는지 한가지라도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속도의 문제"라면서 "궁극적으로 장기 추세로는 오르는 상황"이라면서 내년에는 1,400원대 환율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달러-원 환율의 1,400원 안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정책 리스크,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 현상 강화, 미국 통화정책 기조 불확실성 리스크, 달러화 흐름에 대항할 통화 부재, 취약한 국내 경기 요건 등을 그 배경으로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려한 수준은 아니"라면서 "오히려 1,400원 환율에 지나친 경계감보다는 환율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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