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레벨보다 변동성'에서 경계하는 대목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로 오른 후 반락하면서 외환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8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후에도 "변동성 확대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특정 레벨에서의 달러 매도 개입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시장에 당국 경계심을 가질 레벨에 대한 인식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 환율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지난 6월말 기준 4개 분기 동안 90억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환율 상승에 대한 외환시장 기대가 커진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외환당국도 일부 고환율을 용인해야 할 수도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레벨보다 변동성' 관리 초점
외환당국은 레벨보다 속도와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을 강하게 틀어막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중간마다 조정을 거치면서 오를 경우 이를 '투기적 쏠림'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기도 하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새벽 2시 종가 기준으로 지난 11일 밤에 1,400원대로 오른 후 4거래일 만에 1,390원대로 반락했다.
즉, 상향 일변도의 흐름이 아니라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한 후에도 레벨 조정이 일어나면서 유지된 셈이다.
하지만 환율 변동성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6일부터 급격히 확대된 바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일에는 20.70원 급등했고, 7일에는 10.20원 급락했으며, 8일에 잠시 숨을 돌리고는 11일 14.60원, 12일 15.20원씩 급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1,410원선 부근까지 오른 후 고점과 당국 개입을 의식하면서 약간 레벨을 낮췄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1,410원까지 레벨을 열어두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조절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시장을 진정시킨 셈이다.
◇외환당국 '외환수급 동향 모니터링 지속'
외환당국이 환변동성과 함께 경계하는 점은 역내 외환수급 동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인한 미국 정책 불확실성은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봤다. 하지만 트럼프로 오른 환율이 트럼프 취임 이후에 약달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 채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는 광범위하게 반영됐다.
다만, 당국자들은 역내 외환시장 수급에서 달러 매수가 지속될 경우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은 지난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약 800억달러 규모로 늘었다. 1년 만에 국민연금 외화자산 보유 규모는 3천720억달러에서 4천530억달러로 증가했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지난 6월에 500억달러 수준으로 증액했지만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역대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천13억6천570만여달러(약 141조7천295억원)로 집계됐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관련 불확실성으로 달러-원 환율이 다른 통화대비 더 오른 부분은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외환 수급의 들고나는 패턴은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권의 정책이 나오는 시기가 돼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 위험도 면밀히 봐야"
외환 당국이 신경 쓰는 또 다른 대목은 환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투기적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역외 투자자들의 달러-원 포지션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 트레이딩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원화 약세가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만약 한국 펀더멘털 이슈가 부각되면 역외 투기 세력과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따른 달러-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리스크 못지않은 위험이다.
시장이 트럼프 리스크를 과도하게 반영하기 시작하면 당국은 이에 따른 변동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레드 웨이브'가 부는 만큼 달러 강세로 연결될 만한 부분을 최대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면 사람이 판다 해서 돌아가는 시장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같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대부분 불확실성의 영역"이라며 "트럼프 트레이드도 시장이 앞서나갈 가능성을 살피면서, 과도하게 반영되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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