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트럼프 2기 환율보고서는
  • 일시 : 2024-11-19 10:10:57
  • [이한용의 글로브] 트럼프 2기 환율보고서는



    (서울=연합인포맥스) 1988년은 미국 재무부가 자국 경제와 무역 정책, 외교 전략의 수립에 있어 중요한 참고 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한 때다. 미국 의회가 무역 불균형 시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무역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을 제정, 재무부가 주요 교역국의 외환정책을 분석해 의회에 보고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이 조치로 미국은 인위적 환율 조작을 통해 큰 폭의 대미 무역흑자를 낸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최근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8월 중국의 케이스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외환당국이 '1달러=7위안'의 벽이 깨지는 이른바 '포치(破七)' 현상을 용인하자, 미국 정부가 칼을 빼 든 것이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챗GPT 등 AI 툴 활용 사례 정리, 2020년 1월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미국은 이에 앞서 2015년 '교역촉진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을 만들어 새로 '심층분석대상국'과 '관찰대상국'의 기준을 설정, 교역국을 견제·압박했다. 환율조작국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은 교역촉진법의 심층분석대상국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미국은 그럼에도 2019년 중국에 대해 교역촉진법을 통한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이 여의치 않자 지정 근거가 되는 법을 종합무역법으로 바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이달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등 7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한국은 작년 11월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가 이번에 다시 포함됐다. 말레이시아가 목록에서 제외된 가운데 중국과 다른 6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유지된 것이다.(2024년 11월 15일 오전 8시40분 송고된 '美, 한국 1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 재지정…경상흑자 급증 반영(종합 2보)' 제하 기사 참고)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국, 두 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 지정 대상이 되는데, 한국은 6월 보고서에선 대미 무역 흑자 한 가지만 기준을 넘어섰으나 이번에 경상수지 흑자 항목에서도 기준을 초과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것이다. 올해 4월 이후 세 차례 환시 개입에 나선 일본에 대해 보고서는 "개입은 사전 협의를 거친 매우 예외적인 상황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대미 무역 흑자(2천470억달러) 한 가지 기준만을 초과했지만,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매우 크고,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과 국영은행들의 시장 활동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등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밀도가 강화됐다. 6월 보고서에 이어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 미발표와 환율 메커니즘에 대한 투명성 부족 등의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이런 요인들이 계속해서 중국을 정상적 범주에서 벗어난 '열외자(Outlier)'로 머물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이번 환율보고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기 직전에 작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다음 임기를 시작한 후 새 행정부의 정책을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고율의 관세와 더불어 환율보고서를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해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에 더해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또는 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하기 위한 요건을 완화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포함한 타국 통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조에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강달러 주자 '바통' 터치론(트럼프→연준)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 14일 댈러스 연은 주최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이런 관측을 증폭시켰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1년에 두차례 발표된다. 반년 후 발표될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시장은 벌써 긴장하고 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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