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美 재무장관' 베센트에 대한 월가의 반응
  • 일시 : 2024-11-25 09:09:31
  • [뉴욕은 지금] '美 재무장관' 베센트에 대한 월가의 반응

    "몇몇 광대가 있는 내각에 신뢰를 안겨 줄 것"



    (뉴욕=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재무장관 자리는 미국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의 스콧 베센트 창업자에게 돌아갔다.

    베센트는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와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등 굵직한 인사들과 물밑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주요 언론마다 시시각각 유력 후보가 달리 보도될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 끝에 달러에 서명을 넣을 수 있게 된 사람은 베센트로 최종 낙점됐다.



    외신에 따르면 베센트의 낙점을 두고 월가의 반응은 일단 대체로 호의적이다. 미국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에서 20년 가까이 펀드 매니저로 일했고 2015년부터 자신의 펀드를 운용하며 억만장자가 될 정도로 경제와 시장에 밝은 데다 실용적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헤서 롱은 지난 주말 게재한 칼럼에서 트럼프가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평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롱은 "트럼프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운 내각 인선 이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기관을 이끄는 자리엔 좀 더 전통적인 선택을 했다"며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미국을 위대하게(MAGA)'와 자금의 세계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으려는 시도이자 몇몇 광대가 있는 내각에 신뢰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해석했다.

    롱이 이같이 해석하는 이유는 베센트의 주된 임무가 트럼프 1기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과 매우 흡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칼럼에 따르면 므누신은 모든 관세를 막을 수 없었고 트럼프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기도 했으나 정책의 한계가 어디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미국이 채무불이행하지 않도록 부채 상한을 해제하는 한편 채권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시국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 및 연준과 협상하며 정부의 개입 강도를 설정했는데 월가는 베센트에게도 조정자 비슷한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판게아폴리시의 테리 하이네스 창립자는 "투자자들은 베센트가 월가의 목소리를 듣고 거친 정책 면을 가다듬으면서 트럼프의 관세 및 기타 정책으로 발생되는 시장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억만장자 창업자 카일 베이스는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스콧은 내가 만난 사람 중 누구보다 시장, 경제, 사람, 지정학을 더 잘 이해한다"고 추켜세웠다.

    베센트 또한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 정책에 대해 완만한 입장을 드러내며 월가를 미리 달래려는 제스처를 취해왔다.

    그는 선거 직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점진적으로 부과되는 것을 추천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정책 전반에는 규제 완화와 에너지 비용 감소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2%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 속에 베센트가 '재정 매파(fiscal hawk)'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테마 중 하나가 '정부 효율화'인 만큼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현재 총 36조달러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부채와 적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재정 적자는 2025 회계연도에 다시 2조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채 상환액은 약 1조2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베센트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3-3-3' 정책을 제안했다. 규제완화 등으로 생산성을 늘려 연간 3%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하고 현재 6.2% 수준인 GDP 대비 연방 재정 적자를 3%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미국의 일일 석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베센트는 적자를 통제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며 "이는 그가 무역 및 재정 정책에 대해 행정부의 목표를 제약할 수 있는 시장의 반응을 막고 싶어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베센트가 연준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여전히 월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베센트는 대선 과정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조기 '레임덕'으로 몰아넣으려는 '그림자 연준 의장' 구상을 꺼내든 바 있다. 임기가 2026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을 경질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운 만큼,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최대한 일찍 함으로써 그의 힘을 빼자는 구상이었다.

    이를 두고 연준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자 베센트는 더는 그런 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물러섰지만, 연준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 문제다. 트럼프가 연준의 통화정책을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베센트가 막아설지 동참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는 월가가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다.

    앞서 1기 행정부의 므누신은 트럼프가 당시 공개적으로 연준과 파월을 위협했음에도 파월의 직위가 안전하다는 것을 금융시장에 확신시키는 데 집중한 바 있다. 월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같은 역할을 베센트에 바랄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는 "트럼프가 레버리지를 사용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연준을 움직이려 할 것"이라며 "다음 재무장관이 직면한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거기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맞설 것인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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