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전격 인하 배경과 전망] 경기 대응 시급…환율 주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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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불러올 경기 둔화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목표 수렴을 확실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상황이 만큼 긴축적인 금리 환경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경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금통위가 판단한 셈이다.
반면 이번 결정이 1,400원을 넘나드는 달러-원 환율에 미칠 여파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절적인 요인과 정부의 대출억제 등이 겹치며 소강상태인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은에서 최근까지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가 나오지는 않았던 만큼 커뮤니케이션의 적절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한편 한은은 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했다. 지난 10월 금통위에 이어 두 회의 연속 인하다. 한은이 연속해서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1년 닷컴버블 당시와 2008년 금융위기 등 초대형 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는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 두 명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깜짝 인하…트럼프發 둔화 위험 선제 대응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2일 국내외 금융기관 1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곳이 동결을 예상했다. 인하를 내다
본 기관은 한 곳에 그쳤다.
성장의 둔화 위험이 커진 것은 맞지만, 한은이 가계부채와 환율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이번 달 당장 금리 인하를 예상한 기관은 많지 않았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환율이 금통위 결정의 주요 변수라고 강조했는데, 최근에는 달러-원이 '위기 레벨'로 인식되는 1,400원도 넘어선 상황이다.
그런데도 금통위가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 상황이 그만큼 우려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둔화 신호는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짙어지는 중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1%에 그치며 한은의 예상 0.5%를 크게 밑돌았다. 믿었던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주요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을 지속하는 중이다. 트럼프가 공약했던 대중 관세 및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은도 이를 감안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2% 내렸고, 내년 성장률은 1.9%를 예상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2026년에도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간 잠재 이하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반면 긴축 영역 금리를 유지했던 핵심 이유인 물가는 안정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둔화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을 기존 2.5%에서 2.3%로 내렸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1.9%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최종 금리는 얼마…환율·부동산 괜찮을까
한은이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속도와 최종 금리 수준에 맞춰질 전망이다.
경기의 심각한 부진이 예상된다면 점진적인 정상화를 내세웠던 기존의 스탠스를 폐기하고, 중립 수준까지 빠르게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립금리 수준이 2.5% 내외인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은 당초 내년 말께 중립 수준의 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이번 인하 국면의 최종 금리가 더 내려가고, 국고채 금리의 하락세도 가팔라질 수 있다.
이 총재도 "금리의 추가 조정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번 결정이 예상보다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중립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3.0% 아래로 내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 위원도 3명에 달했다. 반면 3명의 위원은 3개월 이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 총재는 중립 이하로의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기준 금리가) 중립 아래로 내려간다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문제는 상당히 진정됐지만, 외환시장 상황은 금리 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란 견해를 밝혔다.
달러-원이 이날 1,400원 아래로 내려오는 등 다소 진정됐지만, 계속해서 주시해야 할 변수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은 계속 우려할 지점이기 때문에 보고 있다"면서 "현재 금리 결정 심에서 트럼프 트레이딩으로 인한 빠른 원화 절하는 중단됐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상황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된 가운데, 경기 둔화로 빠른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유로화가 가파른 약세인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울 경우 원화의 약세 압력이 고조될 수 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촉각도 곤두설 수밖에 없다.
연말인 데다 정부의 총량규제식 대출영업 제한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도 진정됐지만, 내년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은행의 대출 영업이 재개되고, 금리까지 하락한다면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우려도 여전하다.
이 총재는 다만 이에 대해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및 가계부채를 다시 과열시킬 위험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깜짝 금리 인하로 한은의 커뮤니케이션 미숙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한은은 10월 금통위에서 6명의 위원 중 5명이 내년 1월 금통위까지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대형 변수가 등장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기존의 커뮤니케이션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당선으로 상황이 변했다면 최근 금통위원들의 대외 강연 등에서 신호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한은은 별다른 소통에 나서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이며, 트럼프 당선 등의 변수가 등장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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