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한은 급변] 금리인하 걸림돌이던 환율, 뭐가 달라졌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과 달리 11월에도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그동안 금리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높은 달러-원 환율'에 대한 한은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금리를 25bp 인하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높은 환율'이라는 부담 요인을 무릅쓰고 전격 금리인하에 나선 배경에 대한 질문에 휩싸였다.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한은 총재의 환율 발언은 외환당국이 최근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외환시장 구조 변화와 변동성 관리 방안에 초점을 맞췄음을 시사했다.
◇"성장 하방에 금리인하, 환율은 시장안정화 조치"
이창용 총재는 이날 높은 환율에도 금리를 인하한 배경에 대해 '성장과 외환시장 안정 간의 상충 관계'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과 물가에 대한 영향에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물가와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크지 않았지만, 성장과 외환시장의 안정 간의 상충 관계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논의 끝에 오늘 금통위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시에는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즉, 높은 환율에도 일단 금리를 인하하고 성장률을 지지한 후 향후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쪽으로 택한 셈이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에 금리 결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논의를 했다"며 "환율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하고, 다만,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여러 가지 사용할 수단이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트레이드 완화…엔화·위안화 절하 압력도 고려"
최근 달러-원 환율 흐름에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완화된 점도 한은의 환율 판단이 달라진 배경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미 대선 결과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것이 막 커져서 달러가 굉장히 강세가 되면서 원화가 굉장히 빠르게 절하됐는데 일단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간 좀 숨을 고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이 그동안 가파르게 오르던 달러-원 환율이 일정 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의 변동성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많아진 최근의 외환시장 구조나 주변국 통화들의 흐름도 언급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갔다 내려왔지만 당장 위기 수준의 환율이 아니라는 점도 당국의 판단에 한 몫했다.
이 총재는 "어떤 특정 환율 수준을 타겟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환율 수준을 위기라고 얘기하는 것도 외환시장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수준보다는 갑자기 속도가 빠르거나 그러면 그것이 금융시장에 갖고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찰, 그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불안 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엔화, 위안화도 절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속도나 이런 것을 조정해 나가고 그럴 충분한 의지와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확대, 재연장, 환변동성에 맞춰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로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고, 재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국민연금 헤지 물량을 살피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12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액수를 확대해서 재연장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면서 "몇 배씩 이런 것은 아니고 그렇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도 폭을 늘려서 할 이유가 있는 것은 (환율)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여러 수단을 통해서 어떤 특정한 레벨을 타겟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연금이 굉장히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은 기관 중에 하나고 또 지금 현재 내국인들도 해외로 많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 그로 인해서 과도하게 환율이 절하되거나 아니면 속도가 빨라질 경우에는 이런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서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그런 원칙적인 시그널"이라고 내세웠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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