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점점 재미없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
  • 일시 : 2024-12-02 09:44:14
  • [뉴욕은 지금] 점점 재미없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



    (뉴욕=연합인포맥스) "요즘엔 도어버스터(doorbusters)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예요. 한 5년 정도 더 지나면 밤늦게나 새벽부터 줄을 서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기다리는 풍경은 오히려 드문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미국 최대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당일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구경을 가봤다. 뉴욕의 명물 '추수감사절 행진(Thanksgiving parade)'을 주최하는 메이시스 백화점은 주변에 고급 쇼핑몰이 많이 생기고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도 달라지면서 명성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맨해튼 쇼핑의 상징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분위기를 느끼기엔 메이시스도 괜찮은 선택지다.

    [출처 : 직접 촬영]


    당일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하지 않는 백화점 1층 럭셔리 매장들은 한산했지만 일반 의류와 스포츠 용품, 장난감과 가전 제품 등을 파는 다른 매장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적어도 외지인 특파원이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매장 직원들은 한결 같이 블랙프라이데이가 예전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도 줄었지만 무엇보다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크게 감소했다는 게 이유였다. 한정된 할인 상품을 사기 위해 말 그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doorbusting)' 사람이 크게 줄면서 블랙프라이데이 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이시스 백화점 2층 구두 매장의 직원은 "올해는 새벽 1~2시 정도부터 백화점 바깥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하는데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며 "예전에는 자정부터 매장 문을 열면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물건 두고 싸우는 게 블랙프라이데이의 상징이었고 연말을 알리는 하나의 풍경이었는데 이젠 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출처 : 직접 촬영]


    맨해튼 서부의 '핫 플레이스' 허드슨 야즈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들뜬 느낌은 드물었고 고급 쇼핑몰답게 매장에서 차분하게 쇼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도, 도어버스팅도 없었다고 한다.

    [출처 : 직접 촬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주말 '블랙프라이데이는 예전엔 재밌었다. 이제는, 많은 쇼핑객이 차라리 잠을 더 자고 싶어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블랙프라이데이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재미가 예전만 못해졌다는 점을 전한 것이다.

    NYT가 지난주 독자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75명 이상의 사람이 응답했는데 대다수는 당일 쇼핑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많은 응답자는 더는 그날이 독특한 쇼핑 행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유는 할인 행사가 새해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 체계가 개선되면서 굳이 매장을 찾을 필요를 못 느낀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현지 언론과 금융권의 분석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전후로 한 소비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스펜딩펄스가 지난 주말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매출은 2023년 대비 3.4%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지만 절대 소비액 자체는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쓰이는 소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온라인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반면, 매장 매출은 0.7%만 증가했다고 마스터카드는 전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가 파악한 거래 흐름에서도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 온라인에서 쓴 돈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08억달러에 달했다. 어도비는 이 금액이 5년 전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지출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센서매틱 솔루션즈가 추적한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매장 쇼핑객 수는 2023년 대비 8.2%나 감소했다. 연간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급감이라고 볼 수도 있는 수치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기간 또한 길어졌다.

    과거에는 추수감사절을 지낸 직후 금요일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 이른바 사이버 먼데이까지만 집중적으로 할인했다. 이제는 블랙프라이데이 일주일 전부터 '프리(Pre)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시작하는 매장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같은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사이에 잠깐 할인율을 다시 낮추는 기간이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다시 할인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곤 한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밤새워서 문을 부수고 달려들 만한 가치가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다.

    NYT 설문조사에 응답지를 보낸 독자 맥스 프레이저는 "쇼핑은 정말 변했다"며 "우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즐겼던 재미에 대해 약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런 재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말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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