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채권분석] 선택지에 없던 불확실성
(서울=연합인포맥스) 4일 서울채권시장은 전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의 여파로 약세를 면하지 못하겠다.
이날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45년 만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는 6시간여만에 해제됐다.
밤사이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정부는 이날 국내 증시 및 파생상품시장 등 금융시장을 정상적으로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비상계엄의 여파는 짙게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달러-원 환율이 간밤 레벨 자체를 새롭게 갈아치웠다. 달러-원 환율은 야간거래 장중 1,442.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22년 10월 25일(장중 고가 1,442.0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긴 했으나 1,420원대에 마감가를 형성하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레벨에 안착했다.
이같은 간밤의 원화 흐름을 감안하면 국고채 금리도 이날 두자릿수 수준으로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상승폭은 외국인의 반응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이 국채선물에 대한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는데, 이를 급격하게 되돌리는 흐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외국인은 전일을 제외하고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11거래일 연속 3년 국채선물을 순매수해왔다. 해당 기간 순매수 규모는 11만계약이었다. 전일에는 순매도로 돌아서긴 했으나, 2천계약 정도로 최근의 순매수 추세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10년 국채선물에 대해서도 지난달 29일 하루를 제외하고 전일까지 순매수 흐름을 나타냈다.
간밤 뉴욕채권시장에서도 이번 사태가 영향을 주는 양상이 다소 나타나며,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를 일부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미 국채 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크게 유입됐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0시 50분경 미 국채 10년 금리는 4bp 가까이, 2년물 금리도 3bp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매도 우위로 돌아서긴 했으나, 투자자들이 당분간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는 계기가 됐을 듯하다. 앞으로의 더 큰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자산에 대해 모두 매도하는 '셀 코리아' 압박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날 개장 직후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동향이 관건일 듯하다.
이날 새벽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시장 영향 점검 및 안정화 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전 간부가 참석하는 시장상황 대응 긴급회의도 개최된다.
◇ 내년 국고채 초장기물 최대 40% 발행…수급상 약세 재료 추가
전일 기획재정부는 KTB 국제 컨퍼런스에서 내년도 국고채 발행 물량 중 초장기물 비중의 범위를 올해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20년 이상 장기물 비중을 최소 30%에서 최대 40%로 제시했다. 중간값 35%에서 상·하단의 허용한도를 각각 종전 3%에서 5%로 넓혔다. 시장 수요, 비경쟁인수 옵션 발행 상황 등에 따라 30년물을 필두로 한 초장기물의 발행 물량이 유연하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전일 장 마감 이후 전해진 소식이라, 이날 개장 직후 관련 반응이 시장에 녹아들 수 있다. 내년도에 201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초장기물이 통상의 30%대 비중을 벗어날 수 있다고 열어둔 것 자체가 수급상 물량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전일 장 마감 직전에는 내년 상반기 발행 비중이 시장의 기대만큼 적지 않다는 평가로 약세 압력이 가해진 바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내용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비해 제시된 경과물 유동성 확보 방안이다.
내년 11월 WGBI 편입에 따라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 경과물 매물 부족 등으로 시장 수급이 꼬여 '스퀴즈(극심한 물량 부족)'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응해 지표물뿐만 아니라 경과물도 동시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금융시장부 손지현 기자)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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