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위기의 프랑스 국채…ECB가 사줄 수 있을까
국채 무제한 매입 'TPI' 있지만 요건 충족 못 할 가능성 커
프랑스 사태 여파 전염되면 다른 회원국 국채는 매입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프랑스 정부가 4일(현지시간) 하원의 불신임안 투표 통과로 붕괴함에 따라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예상됐던 결과이긴 하지만 중도우파 성향 정부의 좌초로 시장이 원하는 재정적자 축소 방안이 단시일 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화면번호 6531번)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장대비 1.14bp 하락한 2.8902%에 거래를 마쳤다. 불신임안 통과 소식은 현물 거래가 종료된 뒤 나왔는데, 프랑스 국채선물 가격은 정부 붕괴가 현실화한 뒤에도 오름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과거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의 10년물(2.9015%)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 국채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과의 스프레드는 유로존 재정위기 때인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프랑스가 유로존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한 때, 프랑스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가속화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CB의 개입 가능성은 프랑스 정국 혼란이 시작된 지난 여름 조기 총선 때부터 심심찮게 제기돼 온 재료다.
ECB는 지난 2022년 7월 50bp로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전달보호기구(TPI, The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라는 새로운 수단을 도입함으로써 회원국 국채를 무제한 사들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정책 긴축이 재정이 취약한 국채시장을 경유해 유로존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고, 당시에는 특히 이탈리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TPI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가동 요건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다. 국채 매입 대상이 되는 회원국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TPI는 첫 번째 요건으로 '유럽연합(EU)의 재정 프레임워크 준수'를 내걸고 있다. EU의 재정적자 기준(국내총생산의 3%)을 지키지 못하는 회원국은 첫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한데 프랑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로, 이미 EU의 '초과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 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프랑스는 TPI의 첫 번째 요건부터 통과가 안 된다는 얘기다.
TPI는 아울러 ▲심각한 거시경제 불균형의 부재, ▲재정 지속가능성,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거시경제 정책 등을 요건으로 갖추고 있다. ECB 정책위원회가 이 요건들의 충족 여부를 평가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프랑스는 현재 TPI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셸 바르니에 정부의)예산안이 거부되고, 정부가 붕괴해도 ECB가 TPI를 가동해 프랑스 국채를 매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여름 독일 대비 10년물 스프레드가 200bp를 훌쩍 웃돌기도 했으나 TPI는 가동되지 않았었다. TPI는 "유로존 전체에 걸친 통화정책의 전달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부당하고 무질서한(unwarranted, disorderly) 시장 동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ECB는 설명하고 있다.
TPI는 정해진 기준을 충족한다면 "특정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로는 정당화될 수 없는 자금조달 여건 악화를 겪는" 회원국의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도 명시돼 있다. 이는 프랑스 국채시장의 혼란이 심각할 정도로 전염된다면, 이에 따른 피해를 입는 다른 회원국의 국채는 TPI의 매입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때 그리스와 함께 유로존의 골칫덩이였던 이탈리아의 독일 대비 국채 스프레드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정국 혼란이 유로존 국채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고는 아직 보기 어려운 셈이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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