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보험사 향한 미국인들의 분노
  • 일시 : 2024-12-09 08:44:51
  • [뉴욕은 지금] 보험사 향한 미국인들의 분노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뉴욕 한복판에서 미국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가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가 총격 받은 곳은 뉴욕시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정문이다. 맨해튼 53번가와 6번가의 교차점에 있는 힐튼호텔은 뉴욕시가 설정한 타임스스퀘어에 속해 있고 타임스스퀘어는 '총기 소지 불가 구역(gun free-zone)'이다. 이 구역에선 총기를 소지만 하더라도 중범죄자로 분류돼 경찰에 체포된다.

    그런 구역에서 아침 6시 반에 대기업 CEO가 무방비로 피살됐고 범인이 유유히 도망친 데다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미국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시내 곳곳에 감시 장치가 있고 경찰도 깔려 있는 뉴욕에서조차 이런 살인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은 어떻겠느냐는 불안이 팽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치안에 대한 불안이 퍼지는 것과 별개로 눈에 띄는 점은 톰슨에 대한 동정 여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미국 언론에선 톰슨을 추모하는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보험회사가 얼마나 악독한지, 톰슨이 왜 저격을 받을만 했는지에 대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뉴욕 경찰은 용의자가 톰슨 저격에 사용한 총알 탄피에 '거부(deny)'·'방어(defend)'·'축출(depose)'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며 용의자가 일부러 남긴 메시지인지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 가운데 '거부'와 '방어'는 '지연(delay)'과 함께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종종 언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톰슨의 피격 배경에 보험료 관련 분쟁과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 단어 조합은 럿거스대학 로스쿨 석좌교수 제이 M. 파인먼이 지난 2010년 발간한 저서 '지연·거부·방어(Delay Deny Defend)'에서 유명해졌다. 책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데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업계의 이기적 관행 등을 폭로하며 소비자와 입법 기관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해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온갖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뒤섞인 '땜질(patchwork)' 구조다. 보험 종류에 따라 일부는 연방 정부나 주 정부가, 일부는 보험사나 보험 가입자의 고용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이같이 복잡한 구조에서 유나이티드헬스케어나 시그나 등 대형 보험사는 비용을 통제하는 대가로 돈을 번다. 이때 비용을 통제해달라고 의뢰하는 측이 주로 정부나 고용회사다. 즉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이 '적절히' 가지 못 하도록 정부나 고용회사가 보험사에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사는 여러 방법으로 비용을 관리한다. 병원이나 의사 등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보험금 지급액을 낮추기 위해 협상하거나 환자들이 일정액을 자체 부담하도록 단계별로 설정하고 조건에 따라 혜택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보험금 지급 거절 또한 이처럼 비용을 통제하는 방안 중 하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보험료 지급 거절(denial)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이미 받은 치료에 대해 보험사가 비용 지불을 거부하는 '청구 거절(Claims Denial)'이고 다른 하나는 예정됐으나 아직 받지 않은 치료에 대해 보험사가 사전 승인을 거부하는 '사전 승인 거절(Prior Authorization Denial)'이다.



    [출처 :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보험금 지급 거절은 보험 제도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과 사유를 일관된 데이터로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 보험사로부터 환자가 보험금 수령을 거절당하는 일은 빈번하며 갈수록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의료건강 정책그룹 KFF(Kaiser Family Foundation)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보험에 가입한 성인 중 18%는 직전년도에 이미 받은 치료에 대해 보험사가 예상됐던 보장 금액의 지불을 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보험에 가입한 성인의 16%는 지난 1년간 사전 승인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KFF가 미국 연방 정부의 의료보험 웹사이트(Healthcare.gov)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특정 오바마케어(ACA) 플랜에서 2021년에 발생한 보험금 청구 중 17%가 거부됐다.

    KFF는 보험 유형별 거절 비율을 파악하기도 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들이 요청한 사전 승인 요청 중 7.4%가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거절됐다. 이는 2019년의 5.7%, 2020년의 5.6%, 2021년의 5.8%에서 증가한 수치다.

    의료 컨설팅 회사 프리미어(Premier)가 작년 말 실시한 병원 및 의료 시스템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민간 보험사에 들어온 모든 보험금 지급 청구 중 15%는 처음에 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결국 뒤집혀 최종 승인됐다고 프리미어는 전했다.

    KFF의 일부 조사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험 체계 전반에서 지급 거절 비율이 늘어났다는 데이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 미국 시민은 보험사들이 이익을 늘리기 위해 보험금 지급을 갈수록 거부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설문이 있다.

    지난달 익스피어리언 헬스(Experian Health)가 의료 행정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청구 거절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의 42%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지난달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Permanent Subcommittee on Investigations)도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들의 '급성기 이후 치료(post-acute care)' 청구를 거절하는 비율이 2020년 10.9%에서 자동화 시스템 도입 후 2022년 22.7%로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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