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 길어질 수도"…국민연금, 환율 방어할까
[https://youtu.be/KSjUwVsFp-c]
※ 이 내용은 12월 9일(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서영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계엄과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계도 한국 경제와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를 연달아 내고 있다고요.
[서영태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표현하던 H4L(Higher for Longer)이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외국계 보고서에 등장했습니다.
9일 씨티는 '대통령 탄핵에 실패한 국회, 그다음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고 오래갈 수 있다(higher for longer)"고 말했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 시기에 관해 정당별로 입장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씨티는 "더 높아지고 길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 심리를 크게 약화할 수 있다"며 소비지출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씨티는 예산안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높아도 국회가 12월에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한국은행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백투백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한은은 지난 11월에도 기준금리를 3.00%로 낮춘 바 있습니다.
씨티는 앞으로의 가능한 네 가지 정국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 시나리오는 더불어민주당이 선호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여당에서 8명 이상의 의원이 범야권 탄핵안에 동참하고, 이른 시일 내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내년 3~4월쯤에 탄핵 심판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국민의힘이 선호하는 시나리오인데요. 대통령 임기를 1년가량 단축하고 2026년 6월에 대선을 치르는 시나리오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동반합니다.
씨티가 제시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하야하면서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는 시나리오입니다. 또한 야권이 탄핵안 가결에 거듭 실패하거나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이어가고 2027년 5월에 차기 대선을 치르는 게 마지막 시나리오입니다.
[앵커]
골드만삭스도 환율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죠.
[기자]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환헤지가 원화 약세 압력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9일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벤치마크보다 많이 담고 있다며 적게 담은 국내 증권을 더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한국 증권시장으로 10~20조 원가량 자산 배분을 할 여력을 가졌다는 이야기인데요.
달러-원 환율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종합(화면번호 3000)에 따르면 환율은 9일 오후 장중 15.70원 오른 1,434.90원을 기록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전에는 1,40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한도(5%)보다 낮은 수준인 2.75%의 환헤지를 시행했다며, 환헤지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론적으로 10%까지 환헤지가 가능한데요. 달러-원 환율이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면 추가적인 환헤지도 가능하다고 골드만은 분석했습니다.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내년 경제성장률 1.8%라는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리스크는 하방으로 쏠렸다"고 말했는데요.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골드만은 2004년과 2016년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이 경제성장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며 참고할 만한 사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 중국 경제 호황과 2016년 반도체 호황 같은 호재가 현재로선 없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은 "내년도 한국은 다른 수출 중심 국가처럼 중국 경제 둔화와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대외적 맞바람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통화·재정 정책 여력은 낙관했습니다.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 둔화 속에서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한 상태죠. 한국은행은 지난달에도 금리를 내리며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골드만은 한국은행이 내년 중반까지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추가로 금리를 내려 2.25%에 도달한다는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골드만은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면서 정치적 안정성이 회복되면 재정 완화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2.9%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요. 골드만은 "일반 주주를 위한 증시 환경이 계속해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불안한 정국 속 앞으로 주식 시황은 어떨까요.
[기자]
정부와 여당은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정국 수습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탄핵만이 맞다며 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극한 대립의 정국이 예상됩니다.
국내 증시도 당분간 정치에 휘둘리는 데 대비해야 할 상황입니다.
대신증권은 "증시가 지난 주말처럼 정치적 이슈와 이벤트, 뉴스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 변수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세한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려면 일단 정치적 해법에 대한 그림이 명확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당분간 정치적 대립과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겠습니다. 특히 외국인이 불안할 듯합니다.
[기자]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범야권과 여당의 극단적인 대립은 불안감을 안깁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더욱 많아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를 저가 매수할 기회인 셈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 불안에 외국인의 추세적인 '컴백'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외 기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봤습니다.
삭소 캐피탈마켓츠는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빠른 수습으로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보단 작았습니다. 하지만 혼란이 길어지면 주요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이번 사태를 이유로 한국 주식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년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밝힌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이 같은 조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앵커]
외국인 투자자는 특히 금융업종을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고요.
[기자]
외국인은 국내 금융업종 투자를 대거 철회하고 있습니다. 금융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정국 불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재빠르게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총 1조85억원을 순매도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순매도는 총 7천96억원에 달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지분율도 3일 37.19%에서 6일 36.12%로 1%포인트 넘게 줄었습니다. 전체 21개 업종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빠진 게 금융업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향후 정치적 이유로 탄력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부 서영태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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