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끝도 없이 오르는 뉴욕 물가
  • 일시 : 2024-12-16 08:39:49
  • [뉴욕은 지금] 끝도 없이 오르는 뉴욕 물가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뉴욕시 일대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이에서 맛있는 빵집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은 맨해튼이 아니라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의 팰리세이드 파크(팰팍)에 있다. 팰팍은 한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코리아타운 중 하나로 이 빵집도 한국인이 운영한다.

    실력 자체도 좋지만, 사실 미국 빵집들의 제빵 솜씨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 빵집으로 더 모여드는 경향도 있다. 그런 덕분에 빵집 하나의 연 매출이 100억원에 가깝다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고 인근 지역에 2호점까지 낸 상태다.

    이 빵집은 맨해튼에 있는 한국인들도 멀지만, 뉴저지에 갈 때면 들르고 싶어 한다. 맨해튼에 사는 친구도 마침 뉴저지로 볼 일이 있어 거의 1년 만에 이 빵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1년 만에 방문한 친구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빵값이 왜 이렇게 비싸졌냐"는 것이었다. 인기 상품인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리 롤'이 4.5달러 정도였는데 1년 사이에 6.5달러까지 뛰었다는 것이다. 1년 만에 가격이 약 45%나 급등한 셈이다.

    친구는 "가격을 이렇게 올리니 연 매출 100억 가까이 된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이 돈 주고 여기까지 와서 사 먹을 일은 없을 거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 뉴욕시 일대의 물가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11월 뉴욕과 뉴어크, 저지시티의 모든 도시 소비자물가지수(CPI-U)는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뉴어크는 뉴저지의 국제공항인 뉴어크 공항이 있는 곳이다. 저지시티는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을 마주 보고 있는 뉴저지의 대표 도시다. 노동통계국은 미국 주요 도시를 권역별로 나눠 CPI를 별도로 산출하는데 뉴욕시 일대에선 이 세 지역을 묶는다.

    뉴욕시 일대 CPI-U에서 주거비의 상승률이 5.7%로 가장 크게 기여했다. 주요 거주지의 임대료가 5.5% 올랐고 소유자 등가 임대료(OER)는 6.3%나 뛰었다. 뉴욕시 일대 거주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뉴욕시 일대 CPI-U 상승률은 11월 미국 CPI의 연간 상승률인 2.7%도 훌쩍 웃돌았다. 미국 CPI의 연간 주거비 상승률 4.7%도 크게 상회했다.

    옥시젠파이낸셜의 테드 젠킨 창립자는 "뉴욕에서는 주택 수요가 훨씬 더 많고 신축 건물을 짓기가 더 어려워서 주거비가 오르고 있다"며 "주거비가 5.7% 정도로 완만하게 오르더라도 이미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었기 때문에 가계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뉴욕이 미국의 어떤 지역보다도 많은 주택이 올라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아파트 검색 웹사이트 렌트카페에 따르면 12월 말까지 미국 전역에서 51만8천108개의 임대 주택이 완공될 예정이다. 작년보다 9%, 2022년과 비교하면 30%나 더 많은 수치다.

    그중 뉴욕시 광역권에는 약 3만3천개가 있다. 미국의 어떤 지역보다도 많은 수치며 3년 연속 미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주거비 상승률은 더 가팔라질 정도로 뉴욕시가 뜨겁다는 의미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흐름은 언제 꺾일지 알기 힘들다. 미국 경기와 소비가 워낙 뜨거운 데다 추가로 물가에 부담이 되는 조치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내년 1월부터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혼잡 통행료 9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다. 일부 기업은 이같은 통행료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호니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자는 "뉴욕시로 드나드는 모든 것이 트럭에 실려 있다"며 혼잡 통행료는 뉴요커들에겐 "일상용품 물가에 관해서 불에 타는 등유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뉴욕주(州)는 약 30억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환급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총 860만명의 뉴욕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연 소득이 15만달러 이하인 단독 납세자는 300달러, 연 소득이 30만달러 이하인 공동 납세자는 500달러를 환급받게 된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인플레이션으로 뉴욕은 부가가치세(sales tax)로 전례 없는 세수를 창출했다"며 "이제 우리는 중산층 가정에 돈을 돌려주려고 한다"고 지난 9일 2025년 주정 연설에서 밝혔다.

    이번 조치의 수혜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뉴욕시로 364만5천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주 의회에서 통과되면 환급은 내년 가을부터 시작된다.

    다만 인플레이션 환급정책으로 '공짜 돈'이 생긴 뉴욕주민들은 이를 저축 대신 소비에 사용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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