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에 커지는 韓경제 하방위험
[https://youtu.be/zSeabiyGAqw]
※이 내용은 12월 18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최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하방 위험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 등 내수 지표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인데요. 난관을 극복해야 할 정부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떤지 경제부 최욱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욱 기자]
앵커님도 잘 아시겠지만 기자들이 연말만 되면 저녁 약속이 많아지는데요. 저도 예년에는 출입처 관계자나 취재원들과 송년회 일정이 많아서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현재 제가 출입하는 곳이 기재부 등 경제부처이다 보니 잡아놨던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무원들 입장에선 탄핵 정국 속에서 몸 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런 개인적인 얘기부터 꺼낸 건 그만큼 경제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인데요. 실제 이런 상황이 지표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소상공인들도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울분을 터뜨리고 있고요.
[앵커]
저도 공감이 가는 얘기인데요. 구체적으로 이런 상황들이 지표에는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나요.
[기자]
네. 정부가 소비를 판단하는 공식 지표는 통계청이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발표하는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입니다. 각각 재화 소비와 서비스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그리고 한국은행에서 분기별로 집계하는 GDP의 구성 항목인 민간소비 역시 공식 지표 중 하나고요.
그런데 최근 상황을 반영한 공식 지표들이 공개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럴 때에는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속보 지표들을 봐야 하는데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나 감소했습니다. 비상계엄 여파로 국민들이 외식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데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천63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기 때문에 정치적인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앞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 줄어들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
일단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금 줄어든 것은 맞습니다. 외신이나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고요. 만약 지난 주말 탄핵안 표결에서 부결로 결과가 나왔다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컸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절차가 끝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탄핵 정국이 계속 이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은 최대 180일인데요. 탄핵 심판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의결부터 선고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이 걸렸습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앞선 대통령 탄핵 심판보다 더 신속하게 심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선고까지 얼마가 걸릴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탄핵 심판이 장기화할수록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경제가 받는 충격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쪽은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각종 송년회가 취소돼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지정하면서 해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인바운드 전문 업체인 스카이투어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이후 신규 예약 접수율이 20% 이상 떨어졌고, 예약 취소는 기존 하루 평균 30~40건에서 80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소비가 줄어든 것도 걱정이지만, 기업들이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것도 우려된다면서요.
[기자]
내수에는 소비 외에도 투자라는 또 다른 축이 있는데요. 기업들도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미루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 확대보다는 현금을 확보하는 게 기업들의 일반적인 경영 전략이기도 하고요.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해 지난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12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최근 경제동향은 그린북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말 그대로 최근 경제 상황과 정부의 공식 경제 진단을 담아 매월 발간되는 책자입니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린북에서 하방위험이란 말을 쓰지 않았는데요. '완만한 경기회복세'란 표현을 넣어서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담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이 문구가 빠지고 '하방위험 증가 우려'란 말이 들어간 거고요.
[앵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한 달 만에 정부의 경제 진단이 확 바뀌게 된 거군요. 과거 탄핵 정국 때에도 경제심리가 안 좋아졌는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저도 궁금해서 2016년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요. 먼저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10월 102.7에서 이듬해 1월 93.3까지 추락했다가 헌재의 파면 선고 뒤인 4월에야 101.8로 회복한 것으로 나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100 이상이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입니다.
같은 기간 재화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16년 4분기 97.0에서 2017년 1분기 89.7로 뚝 떨어집니다. 요약해보면 2016년과 2017년 탄핵 정국 당시에는 소비심리와 실제 소비에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경제심리 위축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네요. 정부의 경제 진단 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떤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실화하고 있는 연말 소비와 해외 관광객 축소가 GDP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구체적인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탄핵 정국 장기화로 내수 경기가 크게 흔들릴 경우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GDP 성장률의 역성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이 있었고요.
12월 골목상권 매출과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5% 감소했다고 가정하면 이는 올해 한국 GDP를 0.04%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분석도 나왔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은 좀 더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어가면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 확대를 우려하고 있네요. 해외 전문가들의 시각도 궁금한데요.
[기자]
해외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직후에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는데요.
먼저 씨티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렸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특히 골드만삭스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와 달리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으로 인한 외부 역풍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정부가 탄핵 후폭풍에 따른 내수 타격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지 짚어 주시죠.
[기자]
기재부는 현재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년 초로 발표 시기가 밀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최상목 부총리가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비롯한 내수 진작책이 담길 것으로 보이고요.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그간 기재부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에는 내부에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어제 국회 기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추경 계획을 묻는 질의에 "내년에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나 민생의 상황 등을 봐 가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경제부 최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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