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외환시장 10대 뉴스②]
◇ 새벽 2시까지 연장거래 개시…유동성은 과제로
서울 외환시장은 7월 1일부터 거래시간을 기존에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3시 30분에 마감하던 것을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외국환 은행과 증권사 딜링룸에는 세일즈와 FX딜러가 새벽까지 달러-원 현물환과 FX스와프 거래를 이어갔다.
2023년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1년 5개월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앞서 2개월여 동안 여러 차례 시범 거래를 통해 시스템을 점검한 덕분에 야간 거래는 순조롭게 안착했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들도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우리 외환시장 거래에 발을 담갔다.
거래시간이 확대되면서 시행 첫 달인 지난 7월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전년동월대비 10.7% 늘었고, 지난 5년 평균 대비로는 37.4%나 증가했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야간 시간대의 유동성 부족과 RFI의 참여 활성화는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8월 외환건전성협의회(외건협)을 통해 야간거래 유동성 확대를 위한 보완책을 일부 발표했고, 지난 19일 의결한 추가 대책을 연말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외환시장 선진화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대고객외국환중개업 도입을 규정한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WGBI 편입 결정…외환시장 선진화 첫 성과
지난 10월 9일 우리나라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 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 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지 딱 2년 만에 4수 끝에 편입에 성공하게 됐다.
실제로 지수에 반영되는 것은 내년 11월이다.
WGBI 편입에는 외환시장 선진화가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번번이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편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외 개방을 비롯한 당국의 제도 개선을 통해 요건을 충족했다.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외국금융기관(RFI)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WGBI 편입에 감개무량하다면서 외환시장 구조개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을 계기로 75조원 이상의 안정적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환시장에서는 WGBI 편입과 함께 국고채에 신규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 연장시간대 RFI를 경유한 거래로 이어지며 야간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트럼프 재선…관세·美우선주의 그림자
달러-원 환율은 지난 11월 초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1,400원 선을 돌파했다.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으며,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했다.
트럼프는 모든 교역상대국에 10%의 보편관세, 중국에 대해서는 60% 고율관세 부과를 일찌감치 천명했다.
다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 경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트럼프 집권으로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가 핵심 공격 대상으로 삼은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에 더해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져 강달러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發 달러화 강세는 스콧 베센트가 미국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일부 누그러지기도 했다.
베센트는 재정적자 축소를 주장하는 재정 매파이자 강달러를 선호하는 미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공격적인 트럼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소용돌이…대외신인도 도마위
12월 외환시장은 '격동의 정점'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도마 위에 올랐고,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를 팔았다.
비상계엄이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로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지만 1차 탄핵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되면서 정치 불안의 시계가 길어졌다.
달러-원은 비상계엄 당일 한때 1,442원까지 치솟았으며, 1차 탄핵안 부결 이후 첫 거래에서는 약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그마저도 당국의 미세조정이 추가 상승을 막은 덕분이었다.
대통령 2차 탄핵안이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음에도 달러-원은 기대만큼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인 데다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 경제여건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내년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다만 탄핵 정국 이후에도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S&P글로벌 마킷에 따르면 계엄 전날인 지난 2일 5년물 CDS 프리미엄은 34.08bp 수준에서 계엄과 함께 36.94bp로 올랐다. 19일 기준 36.96bp를 나타냈다.
◇ 금리 인하 멈추겠다는 연준…달러-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지난 19일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음에도 내년부터는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화가 강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는 108선을 웃돌며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고,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단 2차례의 금리 인하만 예상했다. 지난 9월에 4차례 인하를 예상했던 것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와 연준 간의 정책금리 행보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향후 원화에 부정적 여파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11월 2차례 회의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백투백'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잇달아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1년과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동결을 예상한 시장 참가자들에게 트럼프의 재집권과 공화당의 레드스윕에 따른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깜짝'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둔화에다 수출 둔화 신호가 가시화한 것 역시 한은의 경계감을 키운 대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발언에서 올해 성장률이 기존 예상했던 2.2%보다 0.1%포인트가량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성장률은 당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가량의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처방으로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에 빠르게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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