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뉴노멀] 환시 구조개선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었다"
  • 일시 : 2024-12-23 09:15:00
  • [2025 뉴노멀] 환시 구조개선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처음 가는 길이었다"

    올해 첫 테이프를 끊은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대해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024년은 서울환시 구조개선이라는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한 해였다. 올해 시장에 몸담고 있던 모든 서울환시 참가자들이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거대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국내 금융기관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였던 서울 외환시장은 올해 7월 1일 처음으로 해외투자자들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원화는 그동안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직접 현물환을 거래할 수 없었지만 새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었다.

    이로써 일정 요건을 갖춰 외환 당국에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RFI, 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가능해졌다.

    지난 10월 11일 기준 뉴욕을 비롯해 런던,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까지 총 40곳의 RFI가 등록했다.

    처음으로 야간 외환시장도 생겼다. 그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였던 거래 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로 연장됐다. 향후 엔화나 호주 달러처럼 24시간 거래를 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셈이다.

    외환시장 구조개선 과정은 지난 2023년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한 후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8차례에 걸친 시범 운영을 거치면서 신중을 기한 끝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환시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쳤다. 수많은 회의와 테스트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외환 당국은 물론 트레이더와 브로커들, 금융기관들도 처음 겪는 변화였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으로 야간 근무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은행이 밤 12시 이후까지 열려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거에는 메인 딜러가 있고, 주니어 딜러들로 오랫동안 전문성을 갖도록 구성하던 달러-원 데스크도 바뀌었다.

    야간 근무 때 한 사람의 딜러가 여러 고객의 니즈를 커버해야 하므로 달러-원 스팟, 이종 통화, 스왑 등의 업무를 한 딜러가 모두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해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인력 관리는 가장 힘들었던 과제 중 하나였다고 은행 담당자는 언급했다.

    한 은행의 환시 구조개선 업무 담당자는 "트레이딩 데스크, 백오피스, 미들 오피스, 전산 개발 관리 부서, 전 은행 시스템을 관리하는 IT 부서까지 여러 부서가 우려되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수많은 실무자들이 현업 외에 별도의 업무와 마라톤 회의를 반복하며 준비했다"며 "1년에 50번 이상의 간담회와 내외부 회의, 설문조사, 컴플라이언스 관련 회의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안착된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다.

    서울환시가 상당 부분 전산화가 돼 있던 부분은 시장 구조개선이 빠르게 자리를 잡도록 효과를 발휘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설명했다.

    한 서울환시 참가자는 "안 가 본 길을 가는 것이어서 쉽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 전자딜이어서 그나마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 근무도 있고, 인원도 너무 부족했음에도 당국도, 시장 참가자들도 다 같이 고생한 결과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은 지점 관계자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동안 쉽지 않을 수도 있고,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7~8년 걸린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시작된 후 다음 단계로는 좀 더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년에는 인터뱅크 거래보다 고객 거래를 많이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고민이 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시작한 후 서울환시는 차츰 글로벌 외환시장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거래가 편리해지면서 원화 자산 투자가 늘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입지도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래시간이 길어지면서 좀 더 자유롭게 환전도 할 수 있게 됐다. 당국은 일정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도 실시간 일반 환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다만,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년 도널드 트럼프 취임 등의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성과 대외 신인도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앞으로 환시 거래량이 늘고,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이 외환시장에 들어오겠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관행이 다른 점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외환 당국자는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시작하면서 기대와 함께 걱정도 많았는데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유동성 확보 면에서는 만족할 정도도 아니다"면서 "최근 들어 어려운 국내외 정치 상황 속에서 시장 안정과 제도 개선을 같이 하는 점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투자 관행이 있어 투자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과 한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유지, 제고해가는 것이 가장 큰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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