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벤치마크보다 높아 봤자'…사그라든 북클로징 분위기
국내주식형 펀드 80%가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
(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 북클로징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 좋지 않습니다"
한해 성과를 마무리하고 자금 집행을 끝낸 뒤 오랜만에 마음 편히 휴가를 떠났던 자산운용업계의 분위기가 올해는 사뭇 다르다. 빠르게 변하는 연말 시장 분위기에 벌써 국내 주식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내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9%가량 내렸다. 벤치마크(BM)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고 펀드 출자자(LP)에 건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약 80%)은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대비 뒤숭숭한 북클로징 분위기이고, 윗분(임원)들 일수록 더 심란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익스포저가 많은 운용업계에 가파른 달러-원 환율 상승은 큰 변수다. 또, 원화 약세에 외국인 수급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완만하게 오르는 만큼 내릴 때도 완만하게 빠질 것"이라며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은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뿐"이라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수출주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달러 결제 대금에 대한 환차익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외국인 수급 악화 등 그 외 증시에 있어 호재는 많지 않다는 점을 주식 매니저들은 주시하고 있다.
한 주식 운용역은 "1,500원대는 레인지를 넘어선 수준으로 하우스에서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전망이 만약 틀리게 된다면 대응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계엄 이후 1,450원 정도를 예상하긴 했지만 여기서 더 올라가면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오버슈팅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정도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달러-원 환율 상승 구간에서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4~2015년과 2021~2022년 구간이 대표적이다. 다만, 2019년과 2023년에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졌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2019년 초 반도체 업황에 대한 개선 기대에 따라 삼성전자의 순매수가 있었다"며 "2023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환율 상승에도 수출 증가율이 개선됐지만, 지금은 위와 같은 예외적 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은 31.3% 수준이다. 역사적 저점 대인 2022년 9월 기준 29.3%까지 지분율이 추가로 2%포인트 하락할 여력이 있다고 정 연구원은 내다봤다. 금액으로 봤을 때 38조원 수준의 자금 유출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추가로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추가 경정(추경) 논의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반전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경에 따라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에도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정 연구원은 바라봤다.
한편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증가에 따라 오히려 외국인이 빠져나간 국내 증시의 빈 곳을 개인이 다시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이도 있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까지 가게 된다면 코스피에 외국인이 빠져나가며 코스피가 2,000대까지 내릴 수 있다"라며 "이렇게까지 된다면 서학개미가 미국 주식을 팔고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며 달러가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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