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10대 뉴스-②] 연준·ECB 완화 시작…거꾸로 가는 BOJ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올해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의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대거 선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물가 둔화에 9월 50bp 폭으로 금리를 내리며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연속 인하했다. 불황에 시달리는 중국도 금리 인하와 재정 부양에 나섰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에 금리를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탈피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 美 연준, 9월 빅컷으로 금리인하 시작…ECB도 완화
연준은 지난 9월 팬데믹 이후 4년 반여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위험에 직면하지는 않았으나, 연준은 금리 인상 당시 실기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선제 대응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50bp(빅컷) 인하한 4.75~5.00%로 조정했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해 2023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0%로 올린 바 있다.
연준은 당시 9월 회의에서 올해 50bp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으며, 이후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실제 각각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금리조정의 '폭'(extent)과 '시기'(timing)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라며 향후 인하 속도 둔화에 대한 시장 우려를 유발했다.
한편, 연준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이후 9월과 10월, 12월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달 금리를 인하하면서 물가에 하방 리스크가 있다며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일본은행은 올해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8년간 이어지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BOJ는 3월 마이너스(-) 0.1%이던 단기금리를 0~0.1%로 인상했으며, 10년물 금리 목표치를 없애며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을 철폐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물가 상승 전망이 강해진다면 추가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꾸준히 언급해왔지만,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두 번째 인상은 4개월 만인 7월에 이뤄졌다.
BOJ는 7월 회의해서 단기금리를 0.25%로 인상하면서 오는 2026년 1분기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기로 했다.
우에다 총재는 당시 엔화 약세를 금리 인상 배경이라고 설명하며 필요시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리 인상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는데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해 8월 초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후 BOJ는 금리 인상 전 신호를 주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올해 12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있었으나 우에다 총재는 내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그쳤다.
◇ 엔 캐리 트레이드 되돌림과 8월 증시 대폭락
2024년 8월 5일에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검은 월요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급락했다. 사이드카를 넘어 서킷브레이커(CB·주식매매 일시 정지 제도)까지 두 시장에 발동됐다.
이외 일본 닛케이 지수는 12.40%를 비롯해 대만 8.35% 등 아시아 증시에서 아래 방향 화살표가 도배됐다. 이는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가 3~6%의 증시 약세를 촉발했다.
이에 앞서 글로벌 악재가 대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실업률을 예상보다 높은 4.3%를 찍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됐다.
안전자산 선호로 순식간에 엔화 가치는 7% 넘게 급등했다(달러-엔 환율 하락).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 수출주들뿐만 아니라 해외에 뿌려놓은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을 회수했다. 환차손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엔 캐리 청산 자금의 규모가 수십조엔까지 거론돼 파장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살얼음판을 걷던 시장은 다행히 이후 일본은행의 비둘기파(도비시) 스탠스와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달러 강세로 진정됐다. 일본은행 내에서는 금리 결정이 시장에 충격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반성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 경기둔화 늪에 빠진 中, '바주카포식' 경기부양
올해 경제성장 5%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중국 당국은 대규모 부양책을 쏟아냈다.
우선 지난 9월 중국 정부는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바주카포식'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개했다.
당시 중국인민은행(PBOC)은 은행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50bp 낮추는 한편,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모두 인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에 주식시장도 호응했다.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난 9월 24일 상하이지수는 4.15% 튀어 오른 후 6거래일 연속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9월 18일 2,689.70으로 바닥을 쳤던 상하이지수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8일 장 중 한때 3,674.40까지 치솟았다.
선전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지난 9월 30일 8.06%와 10.93%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가운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부양 규모와 지속 의지 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급격한 반등에는 실패했다.
이에 지난 9일에는 중국 공산당이 2011년 이후 유지해온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변경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온건' 대신 '적절한 완화'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14년 만이었다.
중국 당국이 내년에는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이에 인민은행이 내년 정책금리를 40~50bp 수준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이시바 내각 출범…자민당 단독과반은 실패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가 신임 총리에 당선되자 금융 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앞서 통화완화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장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선전했으나 막판에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과세를 중시하는 시게루(전 간사장)가 우세하자 상황이 반전됐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추락했던 일본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단행했으나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결선투표 끝에 총리로 재선출됐다.
11월 이시바 총리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와 결선 투표를 치르고 다시 총리에 다시 뽑혔고 2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국민민주당(28석)과 일본유신회(38석) 등이 각기 자당 대표에 투표하는 무효표(총 84표)를 선택해, 총 221표를 얻은 이시바 총리의 승리로 끝났다.
이시바의 2기 내각에선 관방장관·외상·방위상 등 1기 내각 인사 대부분이 유임됐다.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해 공석이 된 법무상에 스즈키 게이스케 전 외무성 부대신, 농림수산상 자리에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상엔 나카노 히로마사 전 경제산업정무관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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