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말종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되나…고민 깊어지는 외환당국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2024년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달러-원 환율에 대한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이은 탄핵과 권한 대행 교체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연말 종가 관리 여건도 녹록지 않다.
30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올해 달러-원 연말 종가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7년 1,697.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면서 이미 금융위기가 있던 시점인 지난 2008년 종가 1,259.50원을 훌쩍 넘은 상태다.
그만큼 올해 마지막 거래일은 외환당국의 연말 종가 관리에 만만치 않은 여건이다.
올해 환율 연말 종가를 현 수준보다 100원 이상 끌어내린다 해도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레벨이다.
국내 정치 불안 요인과 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미 달러 강세 위험 등으로 환율이 좀처럼 내려오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연말 환율 종가와 평균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확정될 경우 기업이나 금융권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외환당국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고강도 매도 개입은 쉽지 않다.
대내외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외환당국이 환율을 크게 끌어내리는 것은 오히려 달러-원 상승을 기대하는 롱플레이어들에 저점 매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폭이 가파를 경우 달러 매수 물량을 소화할 수도 있겠지만 눈에 띄게 큰 폭으로 끌어내리기는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4천153억9천만 달러로 아직 4천억달러선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민연금의 환헤지 조건이 충족된 점은 달러 매도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소진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요인이다.
당국 개입과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은 연말 호가가 얇은 장세에서 환율이 튀어 오르면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완화했다.
연말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장중 달러-원 환율은 약간 반락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달러-원 환율은 한때 1,465.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레벨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연말을 앞두고 주춤했던 수출업체 네고물량도 약간 나오고 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해 있어 하락 추세 전환을 이끌 정도의 매도세는 나오지 않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현 레벨에서 달러 추격 매수의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1,480원 수준의 환율 레벨은 트럼프와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른 달러 강세 베팅 속 국내 펀더멘털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을 모두 반영한 레벨로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약세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환율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하며 베이스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대내 정국 불안이 심화될 경우 1,500원 현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들도 국내 이슈로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환율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외환당국 수장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주말 동안 무안 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정 컨트롤 타워 안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연말 종가가 낮아지더라도 새해에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지난주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라며 "관계 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시장 상황을 24시간 예의주시하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외환시장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F4 회의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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