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급등 후 진정…국민연금 헤지 배경과 전망은
※ 이 내용은 12월 26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이규선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환율 1,450원대로…국민연금 달러 팔았다 (이규선 연합인포맥스 기자) l 경제ON 취재파일 240107[https://youtu.be/m38iHmcZUIo]
[앵커]
오늘은 달러-원 환율 급등의 배경부터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국민연금 환헤지 이슈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환율 흐름부터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이규선 기자]
전일 달러-원 환율은 1453.50원에 마감했습니다.
우려하던 1500원에서는 한발짝 물러난 상황인데요.
환율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27일에 환율이 장중 1,486.70원으로 오르면서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뒤로는 다소 진정된 모습입니다.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7일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되던 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이미 가결이 됐었죠. 그런데 권한대행까지 탄핵될 우려가 커지니까 원화가 약세로 반응했습니다.
당시 외국계 은행 트레이더들한테 이것저것 해외 의견을 물어보니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제는 도대체 누가 관리하는 것이냐,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 수준의 위험으로 봐야한다.
이런 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환율이 1,486원까지 올랐었는데요.
다만 이후에는 다소 상승세가 진정이 되었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을 해서
야당의 줄탄핵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중에 2명을 임명을 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국무위원들의 반대도 상당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우려해서 재판관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임명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 부총리의 결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도 재판관 지명을 하지 않아서 최 부총리가 탄핵되면 우리나라의 국제 신용등급까지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신용등급이 정치적 혼란으로 강등됐거든요.
무디스는 프랑스의 정치적 분열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낮췄습니다.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올라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국도 2011년 s&p 기준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됐는데, 아직도 회복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외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 관세가 아닌 선별 관세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달러-원이 하방 압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환헤지 물량도 시장에서 나오면서 소식도 달러-원의 하락을 가파르게 만들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자산이 매우 많습니다.
4800억 달러 약 700조원정도 되거든요.
해외자산은 환율 변동에 수익률이 크게 좌우가 됩니다.
4800억 달러가 천원이면 자산 가치가 480조인데, 지금은 700조원입니다.
환율이 올라서 그만큼 자산가치가 많아진거죠.
그만큼 해외 투자는 환율 변동에 매우 취약합니다.
국민연금은 한 해에 목표 수익률이 5.4%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환율은 1300원에서 1470원으로 10% 넘게 올랐잖아요
환율만으로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셈입니다.
만약에 환율이 10% 빠진다면, 운용을 잘해도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너무 올랐을 때 국민연금은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게 됩니다.
이걸 환 위험 헤지, 줄여서 환헤지라고 합니다.
[앵커]
이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오늘 외환시장에 나왔다. 어떤 의민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규선 기자]
네, 쉽게 설명드리면 달러를 미리 팔아두는 겁니다.
'선물환 매도' 또는 '포워드'라고 하는데요.
선물환 매도는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파는 계약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1,480원인데 1년 뒤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1,480원에 달러를 팔겠다는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1년 뒤 환율이 하락해도 미리 정한 가격에 외화를 팔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겠죠.
쉽게 말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민연금처럼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 이런 전략을 활용하면 외환시장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물량이 오늘 서울외환시장에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민연금의 보유 자산이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앞으로 꾸준히 이런 선물환 매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이되니까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하락 베팅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 환헤지를 두고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환율을 낮추려고 한다는 의혹도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 자체의 운용 전략입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는 매우 체계적인 조건하에서 발동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는 의미죠.
전략적 환헤지 발동 조건을 살펴보면, 환율이 장기평균 대비 2.58배 표준편차 수준을 5영업일 넘어서면 분산 매도(환헤지)를 통해 환위험을 줄입니다.
표준편차 2.58은 신뢰구간 99%를 의미하거든요.
장기 시계열에서 1%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환율이 하락했을 때 헤지에 나선다는 의미입니다.
코스피로 치면 1400포인트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때면 연금이 살 만 하잖아요. 살 돈도 많다면요.
수익률이 큰 도움이 되겠죠.
아무리 우리나라가 구조적 저성장이라고 하더라도 환율은 결국 장기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 저성장과 초저금리 시대를 미리 겪은 일본 환율을 보더라도
달러-엔 환율은 75엔에서 160엔까지 2배 넘게 왔다갔다 했거든요.
이렇게 환율이 크게 높은 상황에서는 환율 헤지를 해서 상승분에 대한 이익을 확정하는 것이 수익률에 도움이 됩니다.
환율이 높았는데 헤지를 안하면 오히려 환율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놓치는 것이죠.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이 대략 700조원정도 되는데, 환율로 5%만 벌어도 35조원입니다.
저는 연금의 헤지가 수익률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요
실제 기금운용위원회의 운용위원들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는 와중에 지난달 발표된 외환보유액이 소폭 늘어났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는 당국이 시장개입을 하면 보유액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규선 기자]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보면 4,156억 달러로 전월 대비 2억 1천만 달러가 늘었습니다.
환율이 치솟으면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보유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엔 연말에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한국은행에 외화를 예치한 규모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보유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죠.
당국은 실제로 12월에 시장 개입을 했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환율 급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다만 그 강도가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말에 금융기관의 외화 예수금 예치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은행이 외화를 중앙은행에 맡기게 되면 해당 예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가 돼서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쉬워지거든요.
실제로 분기말마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다음달이 되면 다시 줄고 이런 패턴이 반복돼왔습니다.
그래서 1월 되면 보유액이 다시 감소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당국의 이렇게 신중한 시장 개입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돈을 아끼면서도 시장 패닉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개입을 했다는 평가인데요.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으로 환율 상승을 막으라고도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대규모 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을 지속하다 보면 결국 보유액 급감과 함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과거에 신흥국들이 환율 억제를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다가 외환위기를 겪은 사례도 있으니까요.
[앵커]
보유액이 적지는 않은 건가요?
[기자]
보유액 4150억 달러가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자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4천억 달러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요.
IMF 역시 한국을 신흥국이 아닌 시장성숙국으로 분류해서
신흥국 대상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IMF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적다는 주장을 여기저기서 많이 했는데,
IMF는 한국의 평가 기준을 바꿨습니다. ARA 적량평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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