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연준 인플레 기준 변했나…'시장기반' 물가의 등장
'비시장 물가' 평가절하 잇달아…제외하면 공식 발표치보다 인플레 낮아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물가지표는 산출 방식에 따라 '시장 기반'(market-based) 항목과 '비시장 기반'(nonmarket-based) 항목으로 나뉜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중 단일 항목으로는 비중이 가장 큰 자가주거비(OER, 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가 대표적인 비시장 기반 물가다. CPI 상 주거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OER은 자가를 소유한 사람이 자신의 집을 빌려서 거주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문조사를 활용해 산출한다.
비시장 기반 물가는 '추정 물가'(imputed prices)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해당 거래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관찰된(observed)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한 방법에 따라 도출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안에서 비시장 기반 물가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언급들이 잇따르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에 이어 시장 영향력이 큰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에 가세했다.
문제는 이런 접근을 따를 경우 인플레이션이 공식 발표치보다 더 낮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판단 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월러 이사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강연에서 계속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비시장 기반 물가가 인플레이션을 높여 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2024년 인플레이션은 주택 서비스 및 비시장 서비스와 같은 추정 물가의 상승에 의해 크게 주도됐다"면서 추정 물가는 직접 관찰된 물가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두 범주(주택 서비스 및 비시장 서비스를 지칭)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바스켓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근원 PCE의 다른 3분의 2와 관련된 물가를 살펴보면 (작년) 11월까지 12개월에 걸쳐 평균 2% 미만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비슷한 취지의 기술이 실렸다.
의사록은 "2024년 동안 디스인플레이션의 전반적인 속도가 둔화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대부분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진행이 근원 재화 및 서비스 물가 전반에 걸쳐 계속 분명하다고 언급했다"는 낙관론도 함께 실었다.
특히 "많은(many)" 참가자는 최근 몇 달 동안 예상을 웃돈 일부 항목들은 "주로 비시장 기반 범주에 집중됐으며, 이런 범주의 가격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자원 압박이나 향후 인플레이션 궤적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하지 않아 왔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FOMC 당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시장 기반 물가와 비시장 기반 물가를 구분하고 후자를 배제하는 듯한 언급은 그때도 이미 나왔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시장 기반 비주거 서비스는 좋은 상태"라면서 "직접 측정된 것이 아니라 추정된 서비스는 경제의 타이트함에 대해 사실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인 PCE 가격지수를 집계하는 미 상무부는 '시장 기반' PCE 가격지수를 따로 계산해 보조자료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품목 PCE 인플레이션의 경우 공식 발표치는 2.4%였지만 시장 기반 지수는 2.0%에 그쳤다. 작년 9월과 10월은 각각 1.8% 및 1.9%로, 2%를 약간 밑돌기도 했다.
근원 PCE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공식 발표치는 11월 기준 2.8%였지만 시장 기반 지수는 그보다 0.4%포인트 낮은 2.4%를 나타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이날 월러 이사가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자 차기 연준 의장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앙코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월러 이사는 "우두머리 매파(alpha hawk)였는데 (작년) 9월쯤 변했다"면서 "그는 트럼프에게 아첨해 파월을 대신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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